세계적인 멸종위기종 검은발족제비(Black-footed ferret)가 과학자들에 의해 복제됐다. 

생명공학을 응용한 야생동물 보존단체 리바이브앤리스토어(Revive & Restore)는 30년 전 죽은 검은발족제비의 DNA를 이용, 지난해 12월 10일 '엘리자베스 앤'이라는 복제 동물이 탄생했으며, 현재 콜로라도 사육시설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검은발족제비는 눈가의 검은 무늬가 특징인 귀여운 외모의 족제비 일종이다. 야행성으로 넓은 평원에 살며 다람쥐과의 프레리 도그(prairie dog, 개쥐)를 잡아먹고 산다.

당초 검은발족제비는 목장주들의 무차별적 사냥과 먹이인 프레리 도그의 독살 등으로 미국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지난 1981년 와이오밍의 한 농장에서 개가 검은발족제비의 사체를 물어오며 생존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후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U.S. Fish and Wildlife Service)의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 살아남은 개체들을 발견했으나 이미 전염병 등으로 거의 멸종된 상태였다. 그나마도 조상이 같은 탓에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해 종이 보존되기는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복제에 성공한 검은발족제비 <사진=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

이에 따라 리바이브앤리스토어는 2018년 상용 복제 회사 비아젠(ViaGen)과 협력, 복제양 돌리를 만든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엘리자베스 앤을 만들어냈다. 이번 복제에 사용된 DNA는 바로 1981년 개가 물어온 검은발족제비의 사체에서 추출했다. 배아가 이식된 대리모는 길들여진 족제비였다.

과학자들은 엘리자베스 앤이 야생으로 돌아간다 해도 종을 이을 상황이 아니라며 앞으로도 복제를 이용해 새로운 개체들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또 20세기 초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여행비둘기(Passenger pigeon)와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도 복제할 방침이다. 참고로 새를 복제하는 것은 알 때문에 포유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로 간주된다.

한편, 미국 이외에서도 멸종됐거나 멸종위기인 동물을 복제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현대 양의 조상인 무플론 양(Mouflon)을 비롯해 인도 들소로 알려진 가우르(Gaur), 들개의 일종인 반텡(Banteng), 야생 염소인 피레네 아이벡스(Pyrenean ibex) 등은 복제에는 성공했지만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은 경우가 없었다.

이번 복제를 담당한 비아젠은 2015년부터 반려묘(3만5000달러, 약 3885만원)나 반려견(5만 달러, 약 5550만원) 복제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몽골 야생마 프르제발스키(Przewalski)의 복제에도 성공했다.

인간 때문에 멸종된 동물들이지만 이를 복제하는 것 역시 인간의 욕심이라는 지적도 있다. 윤리적 측면에서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학자들도 많다. 리바이브앤리스토어의 공동 창립자 라이언 펠란은 "복제는 멸종을 예방하는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 단지 도구일 뿐"이라며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방지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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