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에 의해 주변 항성이 국수 면발처럼 길게 늘어지는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 과정이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생생하게 재현됐다. 

호주 모내시대학교 천체물리학자 다니엘 프라이스 연구원은 국제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블랙홀 스파게티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했다.

블랙홀은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초고밀도 대질량 천체로 물질은 고사하고 빛조차 탈출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블랙홀에 담긴 물질은 강력한 중력에 의한 조석력을 받아 마치 스파게티 면발처럼 길게 끌려가게 된다. 이런 형상을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것은 전례가 없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약 1년 동안 시뮬레이션한 결과 얻어낸 블랙홀에 의한 항성의 스파게티화 <사진=다니엘 프라이스·모내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다니엘 프라이스 연구원은 "블랙홀에 항성이 흡수되면 강력한 중력을 받아 길고 가는 실 모양을 만들며 빨려 들어간다"며 "항성이 블랙홀의 영향으로 스파게티화해도 실제 빨려 들어가는 물질은 1%이며, 99%는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만유인력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연구하는 것은 아직 한계가 있다"며 "블랙홀에 의한 항성의 스파게티화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효과를 망라할 필요가 있어 지금까지 연구가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 동원된 슈퍼컴퓨터는 오즈스타 슈퍼컴퓨팅(OzSTAR Supercomputing)의 '응가르구 틴데빅(Ngarrgu Tindebeek)'이다. 오즈스타 슈퍼컴퓨팅이 호주 스윈번공과대학교와 공동으로 2023년 설치한 최신형 모델로 호주 원주민 언어로 '공허의 지식'이라는 의미다.

다니엘 프라이스 연구원은 "엄청난 연산 속도를 자랑하는 최신 슈퍼컴퓨터로도 블랙홀에 의한 항성의 스파게티화 시뮬레이션은 1년이나 소요됐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스파게티화 현상의 실체와 블랙홀이 밝게 빛나는 이유를 일부 알아낼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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