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바다를 누빈 것으로 생각되는 거대 상어 메갈로돈의 이빨 화석이 심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 메갈로돈의 이빨 화석은 온라인 쇼핑몰에도 올라올 정도지만 깊은 바다에서 확인된 전례는 없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교 해양학자 캐서린 켈리 교수를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탐사 보고서에서 수심 3090m 해저에서 발굴한 메갈로돈 치아 화석을 소개했다.
이 화석은 원격 조작이 가능한 수중 무인 잠수정이 찍은 2022년 영상을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연구팀은 캐나다 북극 제도에 속한 콘월리스 섬 해저 영상에서 바닥에 돌출된 희한한 물체를 포착했다. 이후 연구팀은 잠수정을 다시 보내 화석 채취에 성공했다.
캐서린 교수는 "화석화된 상어의 이빨은 지금까지 숱하게 발굴됐고 이는 고대 상어 메갈로돈도 예외가 아니다"며 "다만 지금까지 메갈로돈 치아 화석은 해양 퇴적물 속에 묻히거나, 폭풍우 때문에 퇴적물과 함께 이동해 해안에 표착된 상태로 발견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갈로돈이 서식하던 해저에서 화석화된 이빨이 확인되는 것은 특정 환경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메갈로돈의 이빨 화석이 원래 서식지에 보존된 이유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여러 가설은 세울 수 있다"고 전했다.
태평양 깊은 바다에서 발견된 메갈로돈 이빨 화석은 치아의 평균 크기를 토대로 판단할 때 소형~중형 개체의 것으로 연구팀은 판단했다. 메갈로돈은 다 자라면 치아 길이가 15㎝를 훌쩍 넘지만 회수된 표본은 6.8㎝로 비교적 작다. 이 메갈로돈 이빨 화석은 해류에 의해 퇴적물에 뒤덮이지 않았고, 발견 장소의 해류가 화석을 움직이거나 부술 만큼 강하지도 않아 온전하게 보존됐다.
캐서린 교수는 "화석 표본이 발견된 장소는 수심 3090m로 해산 능선 정상부의 비교적 평탄한 영역"이라며 "화석은 산화한 망간 덩어리가 흩어진 해저에 돌출된 상태로 발견됐다. 이러한 망간 결절은 퇴적물의 유입이 적고 화학 침전이 활발한 해저에 형성된다"고 말했다.
메갈로돈은 약 2300만~360만 년 전 고대 바다를 누빈 포식자로 여겨진다. 상어는 연골어류인 관계로 이빨 외에는 화석으로 보존되기 어려워 메갈로돈의 몸길이, 체중, 생태는 유일한 흔적인 치아를 현생종 상어들과 비교해 추측할 뿐이다.
학자들은 고대 생물 메갈로돈의 몸길이가 약 20m이며 현생종 상어 중 가장 포악한 백상아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왔다. 영화 '메가로돈' 등 미디어에 등장하는 메갈로돈이 백상아리와 닮은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2020년 메갈로돈은 백상아리보다 작은 청상아리에 더 가깝다는 해부학적 논문이 발표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