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위기에 처한 집사를 구했다는 이야기가 가끔 전해지지만 개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는 고양이 특유의 성격 탓으로 여겨지는데, 일본 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과학적 이유를 입증해냈다.

교토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실험에서 고양이가 개와는 달리 주인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의 연구는 국제저널 '동물행동과 인식(Animal Behavior and Cognition)' 최신호에도 소개됐다.

연구팀이 이번 실험에서 주목한 부분은 '상호작용을 통한 제3자에 대한 고양이의 평가능력'이다. 즉 고양이가 자신의 주인에게 호의적 혹은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살펴봤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고양이 36마리와 주인, 그리고 두 명의 낯선 사람을 동원했다. 이 두 명 중 하나는 배우(주인에게 호의적 혹은 부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였고, 나머지 한 명은 아무런 태도도 취하지 않는 중립적인 역할을 맡았다.

개와는 성격이 다른 고양이 <사진=pixabay>

주인은 고양이가 지켜보는 동안 간식 캔 뚜껑을 열려고 하다가 배우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 시나리오에서는 배우가 적극 도와주지만,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도움을 거부한다. 중립적인 인물은 어떤 상황에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각 시나리오가 끝난 뒤 배우와 중립적인 사람 모두 이 상황을 지켜본 고양이에게 음식을 주며 다가오도록 유인했다. 실험은 각 고양이에 대해 4회 반복됐다.

그 결과 고양이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든 음식을 주는 사람에게 똑같이 접근했다. 연구팀은 "고양이는 제3자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이해했음에도 주인을 돕지 않은 사람을 피하거나 반대로 주인을 도운 사람을 더 따르지 않았다'며 "우리는 고양이가 제3자 상호 작용으로 인간을 평가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와 달리 고양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덜 똑똑하기 때문은 아니다. 연구팀은 고양이가 '놀라운 인지 능력'을 가졌으며 인간의 말이나 시선에 반응하고 감정 표현을 알아차린다고 설명했다. 또 고양이는 주인의 목소리를 인식하고 애착과 같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개다. <사진=pixabay>

다만 고양이와 개의 행동차는 가축화 역사와 생태학적 배경이 크게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개는 인간과 1만5000년간 관계를 통해 특정한 기질과 성격을 재현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키워져 왔다. 반면 고양이는 개만큼 강하게 선별되지 않았다. 원래 솔로 사냥꾼이자 치열한 영역 싸움을 벌이는 치타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이런 태도는 과거 연구에서도 이따금 관찰됐다. 2013년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고양이가 주인 목소리를 인식하지만 종종 무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링컨대학교 동물행동 전문가가 2015년 실시한 연구에서는 고양이가 주인을 개처럼 보호자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교토대 연구팀은 "고양이는 가축 중 선택적 번식의 영향이 약하기 때문에 개보다 제3자 기반의 사회적 평가 능력이 더 낮은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고양이는 적이 주는 간식을 먹기 위해 기꺼이 주인을 배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