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족류(cephalopod)를 대표하는 오징어가 척추동물과 대등한 자제력을 갖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학계의 관심을 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행동생태학자 알렉산드라 슈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오징어를 대상으로 마시멜로 테스트(marshmallow experiment)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해당 연구결과는 로열소사어티 B저널에도 소개됐다. 

마시멜로 테스트란 마시멜로가 있는 방에 아이를 두고 15분간 먹지 않고 참으면 두 번째 마시멜로를 보상으로 주는 간단한 테스트다. 원래 인간의 인지발달을 연구하기 위해 고안된 테스트로, 아이가 보상까지 참았다면 미래 계획과 같은 인지능력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매우 간단한 방식이어서 동물에 맞게 조정할 수 있으며, 훈련으로 보상 방식을 이해시킬 수 있다.

이미 지난해 테스트에서 오징어는 이 과정을 통과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수렵 행동의 변화가 먹이에 대한 자제력에 의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 새로운 테스트를 실시했다.

갑오징어 <사진=pixabay>

연구팀은 갑오징어 6마리를 두 개의 방 중 하나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한쪽 방에는 갑오징어가 좋아하는 생새우가 들었고, 나머지 방에는 덜 좋아하는 먹이를 넣었다. 두 방은 모두 투명한 문으로 막았다.

각 문에는 훈련을 통해 갑오징어가 인식할 수 있는 표시를 붙였다. 원 모양이 표시되면 문이 곧 열리며, 삼각형은 10~130초 뒤, 사각형은 문이 계속 닫혀있는 것을 의미한다.

선호하는 생새우는 지연을 뜻하는 삼각형 뒤에 놓아뒀고 선호도가 떨어지는 먹이는 열려있는 원 모양 뒤에 배치했다. 열리지 않는 사각형 문 뒤에도 먹이를 넣어뒀다.

실험 결과 모든 오징어가 당장 열린 문 뒤의 덜 좋아하는 먹이를 고르는 대신 조금 기다렸다 생새우를 먹었다. 슈넬 교수는 "오징어는 모두 더 나은 보상을 기다렸고 50~130초를 견뎌냈다"며 "이는 침팬지나 까마귀, 앵무새와 같은 대뇌 척추동물의 자제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똑똑한 동물의 대명사 까마귀 <사진=pixabay>

아울러 연구팀은 오징어의 학습 능력도 테스트했다. 오징어가 회색과 흰색 사각형 중 하나를 고르게 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먹이를 줬다. 오징어가 정답을 보상과 연결하는 방법을 배우면, 연구팀은 색깔을 바꿔 다른 사각형이 새로운 보상 신호라는 것을 알렸다. 흥미롭게도 이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법을 배운 오징어는 앞선 실험에서 생새우 먹이를 기다린 오징어였다.

다만 오징어가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까마귀나 영장류의 자제력은 도구 사용이나 음식 저장, 사회적 능력 등과 관계가 있지만 오징어는 그런 능력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오징어의 자제력이 먹이를 찾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슈넬 교수는 "오징어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위장하고 기다리며, 먹이를 찾는 데에는 짧은 시간을 소비한다"며 "이는 먹이를 잡을 때 위장을 풀어 다른 포식자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오징어는 더 나은 먹이를 기다릴 수 있게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연구를 통해 실제로 오징어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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