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갑충류에 비해 생식기가 비정상적으로 큰 신종 딱정벌레가 남미에서 발견됐다. 학계는 1800년대 독일 화학자 에밀 피셔가 제창한 자물쇠와 열쇠 이론을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 재단 생물학연구소는 15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콜롬비아에서 채집한 신종 딱정벌레 에이기디누스 엘바에(Aegidinus elbae)를 소개했다.
공개된 개체는 수컷으로, 표본은 2000년 콜롬비아 치리비케테 국립공원에서 발견됐다. 이후 알렉산더 폰 훔볼트 재단 생물학연구소가 보관하고 있다가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무렵인 지난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조사 관계자는 "에이기디누스 엘바에는 딱정벌레 특유의 갑충 이미지가 강하다"며 "뭐니 뭐니 해도 신종 딱정벌레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생식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에이기디누스 엘바에 수컷은 몸 크기에 비해 생식기가 매우 크고 강하게 발달됐다"며 "이 같은 점에서 같은 속의 다른 어떤 종과도 차별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신종 딱정벌레 수컷의 생식기 크기가 일부 생물에 나타나는 생식적 격리(reproductive isolation)를 잘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생식적 격리란 어떤 생물의 생식기 구조나 크기, 생식 방법 등의 차이로 말미암은 개체별 특징을 의미한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에이기디누스 엘바에의 수컷과 암컷의 생식기는 열쇠처럼 정확히 들어맞는 구조일 것"이라며 "1894년 제창된 생물학 이론 '자물쇠와 열쇠 이론'은 효소를 대상으로 했지만,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식기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신종 딱정벌레는 생식적 격리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같은 속의 다른 종과 교잡하는 일이 없어 독자적인 진화를 계속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연구소는 에이기디누스 엘바에는 다른 딱정벌레속 곤충들과 달리 머리가 반들반들한 껍질로 구성되는 등 다른 특징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 딱정벌레류를 이르는 갑충은 이미 35만 종 이상이 알려져 있는데, 이번 발견은 갑충의 비밀에 한발 다가선 성과라고 연구팀은 자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