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하나인 라거가 남성의 장내 세균을 풍부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장내 세균은 다양한 질환의 발병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노바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농식품화학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소개된 논문에서 라거가 남성의 장내 세균 증식에 깊이 관여한다고 주장했다.

학계는 장내 세균총이 우리 몸의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해 왔다. 일반적으로 건강에 유익한 장내 세균들을 선옥균(善玉菌), 반대인 균을 악옥균(惡玉菌)이라고 부른다.

맥주와 장내 세균총의 다양성 조사를 진행하던 연구팀은 일부 맥주가 세균 증감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연구에서 성인남녀가 무알코올 라거 맥주를 30일간 마신 결과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증가했다. 중간에 알코올이 든 맥주로 전환한 참가자의 경우 무알코올 맥주와 같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황금빛과 톡 쏘는 청량감이 특징인 라거 맥주 <사진=pixabay>

연구팀은 라거 맥주의 효과를 보다 상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피실험자를 남성으로만 구성했다. 총 19명의 피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4주간 알코올 또는 무알코올 라거 맥주 중 하나만 마시게 했다. 모든 참가자들은 하루 310㎖에 맞춘 균일한 양의 맥주를 마셨다.

그 결과 모든 피실험자의 체질량지수(BMI)와 혈청 마커에 변화가 없는 반면 장내 세균이 뚜렷하게 다양해졌다. 특히 선옥균들 수치가 높아져 장이 건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알코올 유무에 관계없이 라거 맥주는 장내 세균을 다양화하는 것이 입증됐다”며 “과거 연구와 결과가 엇갈리는 이유는 실험 방식이나 피실험자가 살고 있는 환경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사람의 장, 특히 대장에는 약 1000가지, 100조 개에 이르는 장내 세균이 서식하고 있다”며 “그간의 연구에서 선옥균이 다양할수록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단세포 생활체인 박테리아는 인체는 물론 자연계 전반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 <사진=pixabay>

하면발효 방식으로 만드는 라거 맥주는 상면발효 맥주인 에일이나 밀맥주에 비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주류시장의 경우 맥주 도입 초기부터 라거가 주류를 이뤘다. 최근 몇 년간 외국산 맥주들이 많이 들어왔고 소비자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국산 상면발효 맥주도 여럿 제조되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하면발효로 양조되는 라거 맥주는 알코올 또는 무알코올 모두 남성의 선익균 증식에 도움을 줬다”며 “맥주에는 발효에 사용하는 미생물이나 폴리페놀 등이 함유되는데, 이것이 장내 세균총을 풍부하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알코올 유무와 상관없이 매일 라거 맥주 1병(330㎖) 정도를 마시면 장내 세균이 풍부해지고 장이 건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비록 소량이더라도 알코올은 몸에 해롭기 때문에 무알코올 라거 맥주를 마시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연구팀은 향후 여성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 라거 맥주의 장내 세균총 증식 효과를 보다 체계적으로 알아볼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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