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제목은 '별(stellar)의 사이(inter-)'라는 뜻이다. 한자로는 '성간'인데, 영화에서는 지구에서 다른 별로 떠나는 우주인들의 긴 여정을 표현하려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 용어는 영화만큼이나 현재 과학자 사이에서 핫한 키워드다. 바로 '성간 천체(IOS, Interstellar Objects)'라는 존재 때문이다.
성간 물체라고도 불리는 이 존재는 말 그대로 '별 사이에 있는 천체'로, 특정 항성에 중력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성간 공간을 돌아다니는 소행성이나 혜성 등을 말한다.
성간 천체가 최초로 발견된 것은 영화 개봉 3년 뒤인 지난 2017년 10월이었다. 하와이대학교 팬스타스1 망원경으로 처음 관측된 가로 400m, 세로 40m 암석 덩어리에는 '먼 곳에서 온 첫 메신저'라는 하와이 원주민 말을 따 '오우무아무아(Oumuamua)'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외계문명이 만들어낸 우주선'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발견으로 천문학 및 천체학자 사이에서는 실제로 난리가 났다. 다른 항성계에서 형성된 오우무아무아가 태양계에 도착하고 발견됐다는 것은 그런 존재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과 2년 뒤인 2019년 8월 아마추어 천문학자 게나디 보리소프에 의해 성간 천체 2호가 발견되며,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입증해냈다.
발견자의 이름을 딴 '보리소프'는 혜성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 잇달아 두 개의 성간 천체가 발견됐다는 것은 이들이 꽤 정기적으로 태양계 안으로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성간 천체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그리고 플로리다공과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텍사스대학교, 뮌헨공과대학교, 파리관측소 등 다양한 연구원들이 참가한 성간 연구 단체 '이니셔티브(i4is)'가 최근 놀라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매년 태양계에 진입하는 성간 천체는 약 7개다.
특히 성간 천체는 다른 항성계에서 형성됐기 때문에 이를 관찰하는 것은 그 고향의 환경을 엿보는 것과 같다. 사실 성간 천체에 대한 연구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이니셔티브의 물리학자 마샬 유뱅크스는 "이들을 조사할 수 있다면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같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까지 직접 도달하는 데 걸리는 수십년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간 천체 탐험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미 여러차례 나왔다. i4is의 연구원들은 2017년 '프로젝트 라이라(Project Lyra)'라는 방법을 제안했고, 유럽우주국(ESA)은 2029년 탐사선을 발사하는 '혜성 인터셉터(Comet Interceptor)' 임무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드래곤플라이(Project Dragonfly)'나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이라는 아이디어도 유명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천문학자들이 오우무아무아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이미 지구를 스치고 태양에 가장 근접해 태양계를 빠져나가기 직전이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이 이를 관측하는 데에는 11일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보리소프는 지구와 최근접점에 도달하기 3개월 전에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미 분석한 두 개의 성간 천체의 특성을 바탕으로 숱한 변수들을 검토, 향후 등장 확률과 속도 등을 계산해냈다. 그 결과 연간 7개가 태양계에 진입하며, 그 중 보리소프와 같은 혜성은 10~20년에 한 번 등장하는 희귀한 사례라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대부분 항성천체는 초속 26㎞로 움직인 오우무아무아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종합, 연구팀은 성간 천체와 랑데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상기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연구와 준비가 이뤄진다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성간 천체를 직접 만날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