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제93회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가 발표된 뒤 국내에서는 온통 6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된 '미나리'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하지만 일부 영화팬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는 화제작 중 하나는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이다.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문어가 등장하는 러닝 타임 1시간25분짜리 '힐링 다큐멘터리'다. 우울증에 걸린 남성이 고향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와 바다 속을 살피다 문어 한 마리와 우연히 마주하고, 이후 남성은 매일 문어와 만나며 유대감을 쌓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문어는 마치 친구 혹은 애인, 반려동물과 같은 존재로 남게 된다.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 <사진=넷플릭스>

이 작품은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중 가장 히트한 다큐멘터리다. 수백만 명이 이 작품을 봤고, 반응도 한결같이 폭발적이다. 로튼토마토 평점도 10점 만점이고, 비평가와 영화팬 모두 호평했다.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다는 사람, 심지어 다시는 문어나 오징어를 먹지 않겠다는 사람도 나왔다. 

줄거리만 보면 왜 이 다큐멘터리가 호평을 얻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문어와 인간 사이의 교감은 우리가 평소 반려동물들에게서 느끼는 것과 흡사하다.

이런 점을 표현하려는 제작진 열의도 대단했다. 주인공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1년간 매일 케이프타운 근처의 추운 바다 속을 맨몸으로 다이빙했다. 영화 촬영 중 문어와 깊은 교감을 나눈 그는 다큐멘터리에서 "아직도 문어가 보고 싶다"고 울먹였다.

다큐멘터리 감독 피파 얼리치 <사진=씨 체인지 프로젝트(Sea Change Project)>

아프리카의 바다와 숲을 보호하는 '씨 체인지 프로젝트(Sea Change Project)'의 회원이기도 한 피파 얼리치 감독은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첫 장편영화 촬영에 나섰다. 이렇게 인간과 문어의 관계를 그린 영화는 이후 3년의 추가 촬영과 편집을 통해 지난해 9월 공개됐다.

얼리치 감독은 "영화가 개봉된 뒤 수천 개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집에 갇혀있는 동안 반려동물에게 큰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이 다큐멘터리도 많은 이들에게 치유의 힘을 전달했다는 평가다. 이런 까닭에 이 영화는 이미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20차례 이상 노미네이트됐고 10회 이상 수상을 기록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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