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쥐를 뒤섞은 기묘한 물체가 미국 박물관에 배달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수수께끼의 기증자가 두고 간 물체는 약 100년 전 서커스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웨인 카운티 역사박물관은 27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약 1주일 전 입수한 희한한 물건을 소개했다. 박물관 뒷문에 누군가 놓고 간 나무상자에는 머리는 쥐, 목 아래는 사람처럼 생긴 시커먼 물체가 들어있었다.
깜짝 놀란 박물관 관계자들은 나무 상자에서 메모도 발견했다. 여기에는 "이것은 리치먼드 래트 보이(Richmond Rat Boy)"라는 짤막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리치먼드는 웨인 카운티의 행정중심지다.
박물관은 털과 발톱까지 달린 리치먼드 래트 보이의 정체가 궁금했다. 박물관이 보유한 X선 장비를 동원한 조사에서 이 물건은 대번에 가짜임이 드러났다.
박물관 관계자는 "상자 자체에 '파손 주의'라고 적힌 것부터 어쩐지 수상쩍었다"며 "X선 검사 결과 내부에는 어떤 골격도 존재하지 않았다. 미라도 박제도 아니며, 철사 뼈대 위에 석고와 점토로 몸을 만들고 착색한 뒤 동물 털과 발톱을 붙인 모조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섬뜩한 물건을 만든 이유로 박물관은 서커스의 돈벌이를 들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메모에 따르면 리치먼드 래트 보이는 두고 간 사람의 증조부 친구가 원래 소유자"라며 "이 사람은 지역을 자주 방문하는 서커스에서 일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어 "메모의 내용이 맞는다면 리치먼드 래트 보이는 1910년부터 1930년대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서커스 단원들은 쥐와 사람이 결합된 괴물의 미라라며 전시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미국 역사서를 보면, 이 연대에 각지에서 서커스가 성행했고, 당시 사람들은 모조품에도 비교적 잘 속아넘어갔다. 서커스 업주들은 쥐나 뱀, 사자 머리에 사람 몸통을 한 가짜 괴물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도 고용했다.
웨인 카운티 역사박물관은 리치먼드 래트 보이가 약 100년 전 미국 대중의 놀이 문화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반에 전시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