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로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화성 표면의 인규석이 발견됐다. 화산 분출 시 주로 현무암질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여겨진 화성의 행성 진화를 알아낼 중요한 단서에 관심이 집중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가 게일 크레이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게일 크레이터는 약 38억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화성이 물을 가지고 있던 시대 지질학적 증거가 있을 것으로 판단돼 큐리오시티의 착륙 지점으로도 선정됐다.
NASA와 공동 조사에 나선 미국 라이스대학교 연구팀은 큐리오시티가 2015년 게일 크레이터에서 채취한 퇴적물에 인규석이 최대 15.6중량퍼센트(w%, 전체 시료에서 특정 성분 무게의 비율)라는 높은 비율로 함유된 것을 알아냈다. 인규석은 이산화규소 광물로 석영과 같은 조성이지만 생성 조건은 다르다.
생성 환경 상 풍부한 인규석이 화성에서 추출된 것은 의외다. 인규석 생성을 위해서는 870℃에서 1470℃의 고온이 필요하다. 규산염이 풍부한 규장질 마그마도 필수다.
라이스대학교 관계자는 “인규석은 고온에서만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광물로, 천천히 식으면 석영으로 변한다”며 “지구상에서도 인규석을 볼 수 있는 조건은 한정적”이라고 전했다.
화성에서 발견되는 암석 대부분은 규산염이 부족한 현무암질 마그마에서 유래했다. 즉 규장질 마그마로 형성된 암석은 매우 부족하다. 게일 크레이터에서 발견된 인규석이 퇴적물의 한 층에 집중된 점에서 NASA는 이곳 화산 활동이 인규석을 만들었다고 봤지만 화성에 그런 화산 활동이 있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은 게일 크레이터의 인규석이 화성 화산 활동의 결과물인지 면밀히 조사했다. 큐리오시티의 X선 회절 장치 ‘XRD’ 데이터 분석 결과 인규석 결정 구조는 매우 탄탄하고 결정도가 낮은 부분이 거의 없었다. 결정도가 낮은 이산화규소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인규석이 물과 상호작용으로 생겼을 가능성은 배제됐다.
연구팀은 인규석이 단사정계 결정 구조를 가졌다는 데 주목했다. 이는 인규석이 고온에서 생성된 후 급속히 냉각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인규석의 원소 농도 조사 결과 규소에 비해 알루미늄이 적고 티타늄이 비교적 많았다. 이들 성분은 유문암질 마그마(화학 조성이 유문암과 비슷한 마그마)와 비교적 일치했다.
연구팀은 “이는 게일 크레이터에 과거 호수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입증한다. 물은 화산재에 화학적 풍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라며 “규소에 수반하기 쉬운 원소 알루미늄은 물에 잘 녹는다. 인규석의 알루미늄 농도가 낮다는 것은 화성 지질의 상식을 바꿀 중대한 요소”라고 전했다.
즉 물과 상호작용에서 결정도가 낮은 이산화규소는 녹지만 결정도가 높으면 거의 녹지 않는다. 결정도가 낮은 오팔질 이산화규소는 녹았지만 그렇지 않은 인규석이 고농도로 호수 바닥에 쌓였다고 보면 이번 발견의 앞뒤가 맞는다.
NASA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과거 화성에도 규장질 마그마를 품은 화산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NASA에 따르면 화산은 게일 크레이터에서 수천 ㎞ 떨어졌으며, 일부 성분은 마그마에 녹고 일부는 결정화되는 결정분화작용이 적어도 두 차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한 번은 정장석, 또 한 번은 인규석과 회장석을 발생시켰다.
NASA는 “화성의 화산 폭발 당시 마그마에서 생성된 화산재 안에 인규석도 포함됐다. 화산재가 게일 크레이터를 채운 호수에 쏟아지면서 퇴적됐고, 이후 게일 크레이터에서 물이 마를 때까지 화학성분 변화가 일어나 현재 관찰되는 퇴적물이 형성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화성에는 현무암질 마그마 샘플은 충분하지만 규장질 마그마의 증거는 거의 없었다. 게일 크레이터에서 발견된 인규석 관련 연구는 과거 화성에 적어도 한차례 규장질 마그마를 동반한 화산의 대폭발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인규석 외의 성분 비율은 분화 전 마그마 성분이 크게 변화했음을 의미하며, 이는 화성 표면의 지질학적, 화학적 변화 및 행성 진화를 알아내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NASA는 평가했다.
과거 제작된 화성 탐사 로버들은 근적외선 성분 분석에 머물러 투명도가 높은 규장질 마그마를 놓쳤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큐리오시티는 X레이로 분석하는 장비를 탑재해 이번 발견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2021년 2월 화성 제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한 신형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역시 비슷한 장비를 가져 화성 지질의 상식을 뒤엎을 새 증거를 찾아낼지 모른다.
화성은 불모의 행성으로 유명하지만 탄생 직후 한동안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유지한 것으로 여겨졌다. 천문학자들은 과거 화성 표면에 상당한 물이 존재했으며, 화산 활동도 활발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