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풀지못한 수수께끼들 上에서 계속

■인간의 기관은 언제까지 성장할까
모든 포유류는 단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해 수 조개의 세포로 확장한다. 보통 세포 조직 기관의 수와 크기는 일정 수준에서 제어되지만 다리가 지나치게 성장(팽창)하는 등 각종 이상도 발생한다.

생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우리 몸 속 장기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신호가 과연 존재하느냐다. 지금까지 실험 결과 알게 된 사실은 일련의 신호전달 경로의 핵을 구성하는 4개의 단백질이 여러 장기의 성장을 제어한다는 것 정도다.

이 경로를 지난 정지 신호들이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 장기의 성장을 멈추게 한다는 것도 현재로선 가설일 뿐이다.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더 이상의 내용들은 알아내지 못한다는 게 학자들 입장이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의 미스터리

주관적 해석이 개입되는 플라시보 효과 논란 <사진=pixabay>

지금 당장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시달린다고 가정하자. 약국은 이미 문을 닫았고, 하필 주말이라 약을 사려면 이틀을 꼬박 기다려야 한다. 절망적인 순간, 가족이 서랍 틈에서 겨우 찾았다며 두통약 한 알을 건네준다. 물과 함께 마셨더니 고통이 씻은 듯 사라졌다. 그런데 이 알약이 평소 먹던 두통약이 아닌 가짜 약이라도 이런 효력을 발휘할까.

일반에도 널리 알려진 플라시보 효과는 여전히 의문점이 많은 분야다. 의사에 심리학자들까지 실증에 매달렸지만 있지도 않은 약의 효과가 발휘되는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실제 약과 같은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고 결론짓는 연구도 있지만 플라시보 효과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현재까지 학계가 수집한 플라시보 효과에 관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플라시보 효과는 개나 다른 동물 일부에서도 관찰된다.
②아무 효과가 없는 항우울제를 써도 우울증을 경감시킬 수 있다.
③무알콜 음료를 마셔도 취한 기분이 드는 것 역시 플라시보 효과다.
④사는 지역(국가)에 따라 플라시보 효과가 달라진다. TV나 라디오를 통해 대대적으로 약 광고를 해대는 미국은 약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고 플라시보 효과도 쉽게 나타난다.
⑤가짜약이란 걸 알아도 이따금 플라시보 효과가 관찰된다.
⑥쌍둥이 격인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의 원인 역시 현재 불명이다.
⑦약의 크기나 색도 플라시보 효과에 영향을 준다. 노란색 약은 우울증, 녹색 약은 불안 완화, 흰색 약은 위장병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⑧가짜 수술로도 상처를 아물게 하는 효과가 입증됐다. 

■기억의 과학적 메커니즘

인간 기억의 메커니즘은 여전히 밝혀진 부분보다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다. <사진=pixabay>

그간 기억은 뇌의 해마나 신피질에 저장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다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자들이 신경세포의 활성 및 불활성 조절로 생쥐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새로운 가설이 탄생할 가능성이 생겼다.

쥐 연구와 인간의 뇌 영상 분석 결과를 보면 1, 2차 체험에서 활성화되는 신경세포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었다. 생각이 난다는 일련의 작업은 보존된 기억을 끄집어낸다기보다, 그때마다 기억을 재현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곧 뇌 속 세포들의 리얼한 움직임에 따라 기억이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실증하려는 노력은 2014년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미국 뉴욕 알버트아인슈타인의대 연구팀은 살아 있는 쥐의 뇌 내에서 일어나는 기억 형성 프로세스를 최신 촬영 기술로 가시화했다.

연구팀은 쥐에게 기억 형성 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령 RNA(messenger RNA)를 주입했다. 전령 RNA에는 촬영에 용이한 형광물질이 함유됐다.

이어 연구팀은 뇌의 기억영역인 해마를 자극해 투여된 전령 RNA가 해마를 어떻게 이동하는지 관찰했다. 그랬더니 전령 RNA는 신경세포의 세포핵을 거쳐 가지처럼 나뉘는 신경세포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확인됐다.

또 주입된 전령 RNA는 세포핵에서 흘러나오기 전에 일시적으로 제어되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반대 반응에 따라서 제어가 해제됐다. 연구팀은 이를 가능하게 한 동작을 각각 ‘마스킹’과 ‘언마스킹’으로 정의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는 신경세포가 자신의 기억 형성을 제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억 형성에는 반복되는 자극에 의한 전령 RNA 방출이 필수인 점 역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실험결과는 뇌와 기억 메커니즘의 완벽한 과학적 실증을 위한 작은 진전에 불과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동물은 지진을 예측할 수 있을까

영화 '단테스 피크'의 주인공 해리(피어스 브로스넌)는 각종 지표와 더불어 동물들의 이상행동에서 대형재난을 감지한다. <사진=영화 '단테스 피크' 스틸>

영화 ‘단테스 피크’(1997)를 보면 화산폭발 직전 주변에 살던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급히 이동한다. 소설이나 재난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런 설정은 가설에 바탕을 둔 것으로, 과학적 입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실제 사례는 꽤 된다. 2011년 9월 23일 미국 동부에 67년 만에 매그니튜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났다. 워싱턴에 자리한 국립공원 동물들은 이를 사전에 감지한 것처럼 이상행동을 보였다.

이곳 원숭이들은 지진 약 15분 전 경계하듯 울음소리를 냈다. 지진 발생 직후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일부 포유류들은 지진 직전 사료 먹기를 거부했고 고릴라들은 지진 발생 5~10초 전 먹이를 먹다 말고 높은 장소로 이동했다. 일부 침팬지는 지진 직전 새끼들을 데리고 우리 위쪽으로 도망쳤다. 플라밍고들은 지진 직전 한곳에 모였다가 지진이 멈추자 사방으로 흩어졌다.

일부 학자는 동물이 태풍, 지진, 화산폭발, 해일 등 자연재해를 감지하는 것은 실증 자체가 까다롭다고 본다. 실제 사람과 동물이 동원돼야 제대로 된 실험이 가능한데, 자칫 사고가 벌어질 있어 실험 자체가 모험이라는 이야기다. 일종의 윤리 문제도 제기되는 데다 지금껏 쌓인 지진의 전조에 관한 수학적 데이터들도 추정치일 뿐, 과학적 실증자료가 아니라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끝>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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