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처럼 떠난 장국영, 남겨진 명작들
2021-04-01 10:41

1일은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배우 장궈룽(장국영)의 18주기다. 2003년 만우절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투신, 거짓말처럼 떠나버린 그는 중화권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팬을 보유한 영원한 스타다. 불멸의 연기로 기억되는 장국영의 대표작 몇 편을 소개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됨

■영웅본색(1986)

<사진=영화 '영웅본색' 스틸>

우위썬(오우삼)의 느와르. 형제 중 하나는 암흑가 보스, 하나는 경찰이란 빤한 플롯에도 배우들의 열연과 주제가 ‘당년정’의 히트로 걸작 반열에 올랐다. 장르를 넘어, 1980년대 홍콩영화 하면 곧바로 떠올릴 만큼 상당한 인기작으로 ‘안 보면 간첩’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려는 송자호(적룡)와 그를 증오하는 경찰 송아걸(장국영)의 대립, 조직원들의 우정과 배신, 증오가 관객의 피를 펄펄 끓게 했다. 막 30대에 접어든 장국영의 비주얼과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저우룬파(주윤발)의 연기가 볼거리다.

■천녀유혼(1987)

<사진=영화 '천녀유혼' 스틸>

청샤오둥(정소동) 감독의 판타지 로맨스. 성불하지 못하고 나무귀신에 붙잡힌 처녀귀신 섭소천과 소심하지만 정의로운 사내 영채신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렸다. 수금을 나갔다 숙소를 구하지 못해 난약사로 들어간 영채신과 그를 유혹해 죽이려던 섭소천의 첫 만남이 여전히 회자된다. 중화권을 대표하는 선남선녀를 주인공으로 발탁한 덕에 시종 어두침침한 영화 속 배경에도 두 배우의 얼굴만은 환하게 빛난다. 한국 개봉 당시 극장에서 장국영과 왕조현을 찍으려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열성팬이 있을 정도. 이후 속편을 포함해 아류작 여럿이 극장에 걸렸지만 1편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비정전(1991)

<사진=영화 '아비정전' 스틸>

왕자웨이(왕가위) 감독 작품. 처음엔 혹평을 받다 나중에 진가를 인정받은 특이한 영화. 장만위(장만옥)와 류더화(유덕화), 량차오웨이(양조위), 류자링(유가령), 장쉐여우(장학우) 등 톱스타가 총출동했다. 장국영은 어머니에 버림받고 사랑을 믿지 못하는 아비의 내면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오직 자유를 추구하는 아비의 변화무쌍한 심리가 보는 이들의 감정을 툭툭 건드린다. 잘 재현된 덥고 습한 1960년대 홍콩 셩완 거리가 우울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담아낸다. 러닝셔츠를 걸치고 맘보춤에 몸을 흔드는 아비가 특히 인상적이다.

■패왕별희(1993)

<사진=영화 '패왕별희' 스틸>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최고의 경극배우 두지의 인생과 사랑을 그린 영화. 거장 천카이거(진개가)의 대표작으로 장국영의 인생연기를 만날 수 있다. 작부의 아들로 태어나 경극단에 맡겨진 두지가 시투(장풍의)와 짝을 이뤄 ‘패왕별희’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금지된 사랑을 좇은 끝에 파멸에 이르는 두지의 쓰라린 인생이 중국 격동기를 배경 삼아 거센 강물처럼 흘러간다. 시대를 잘 반영한 배경이나 의상도 훌륭하며, 특히 장풍의와 주샨 역의 공리가 보여주는 하모니가 장국영의 연기와 더불어 극찬을 받았다.

■백발마녀전(1993)

<사진=영화 '백발마녀전' 스틸>

명나라 말기 혼돈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워런타이(우인태) 감독의 판타지 무협. 장국영과 린칭샤(임청하)의 로맨스 연기로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무당파 차기 당수 탁일항(장국영)과 어린 시절 버려져 길무상(오진우)에 의해 살수로 길러진 연예상(임청하)의 사랑과 배신, 애증을 섬세하게 그렸다. 무림 최고 명문 무당파와 마교의 대립은 중국 무협의 흔한 소재이고, 극중 탁일항의 감정이 너무 쉽게 휘둘리는 단점에도 빼어난 비주얼, 장국영과 임청하의 연기 하모니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2020년에는 올드팬들의 성화(?)를 못 이겨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 공개됐다.

■동성서취(1993)

<사진=영화 '동성서취' 공식 포스터>

유진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컬트 코믹영화. 장국영을 비롯해 임청하, 장학우, 양조위, 유가령, 왕쭈셴(왕조현), 량자후이(양가휘), 장만옥, 엽옥경 등 당대 톱스타가 죄다 출연한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 워낙 출연진이 화려해 올스타전을 보는 기분이다. 김용의 ‘사조영웅전’에 바탕을 둔 ‘동사서독’의 사막 신을 촬영하던 제작진이 시일이 늘어지자 한 달여 만에 뚝딱 만든 전설의 작품이다. ‘동사서독’ 속 캐릭터를 희화화한 점이 특징으로, 코믹 색채가 짙다. 양조위가 서독(구양봉)을, 장국영이 동사(황약사)를 각각 맡았다. 사실 원작 속 캐릭터간의 조합은 오간데 없이 시종일관 관객을 웃긴다. B급 감성으로 꽉 찬 이 영화를 ‘동사서독’과 비교해 보는 맛도 쏠쏠하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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