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1월 영국 로봇과학자 피터 스콧-모건(63)은 세계 최초의 '사이보그'가 됐다. 2017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시한부인생을 살던 그는 생명연장을 위해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했다. 위와 방광, 결장 등 소화기관을 제거하고 튜브와 기계장치를 달았고, 특수 제작된 휠체어에 올라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침이 폐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후두 절제술도 받았다.

목소리는 컴퓨터를 학습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한쪽 눈동자 움직임으로 컴퓨터를 통제하기 위해 눈수술을 받았다. 아바타를 제작해 컴퓨터 화면으로 얼굴 표정이나 행동을 대신하도록 했다.

이 엄청난 과정을 모두 마친 스콧-모건은 "모든 의료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굳센 정신을 갖고 먼 실험의 길에 오르겠다"며 '피터 1.0'의 퇴장과 '피터 2.0'의 등장을 알렸다. 

자서전 '피터 2.0' <사진=피터 스콧-모건 트위터·아마존닷컴 공식홈페이지>

그로부터 1년 반 정도 흐른 지난 1일, '피터 2.0:인간 사이보그(Peter 2.0:The Human Cyborg)'라는 책이 등장했다. 스콧-모건 자신이 쓴 책으로, 수술 과정은 물론 수술 전후의 심경을 담았다. 피터 2.0의 탄생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던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피터 2.0은 현재 삶의 기쁨으로 충만하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피터 2.0은 "이런 말이 우습거나 거짓말처럼 들릴 거라는 것을 알지만 앞으로의 삶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이보그가 된 뒤에도 유머감각은 여전하다. 피터 2.0은 데일리메일에 "종일 근엄하게 앉아있는 파라오를 떠올리면 내 상황이 그리 이상할 건 없다"며 "고급 스파에 앉아있다고 상상하면 마비도 즐길 만하다"고 웃었다. 

루게릭병에 걸리면 신경계가 손상돼 마비가 일어나고 말하거나 음식을 삼키고 숨 쉬는 것조차 점점 힘들어진다. 결국 90%는 질식이나 영양실조로 5년안에 사망한다. 고 스티븐 호킹 박사도 루게릭병을 앓았다.

스콧-모건은 기계의 몸을 빌려 루게릭병 진단으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도 살아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그냥 살아남는 게 아니라 번성하고 있다. 

피터 2.0을 다룬 데일리메일 지면기사. 오른쪽은 보호자 프란시스 <사진=피터 스콧-모건 트위터>

그가 인공적인 몸으로 언제까지 살 수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그간 피터 2.0은 계속 업그레이드해갈 예정이다. 수술 이후 1년간 더욱 정교해진 아바타 시스템을 개발했고, 노래를 부를 정도로 음성 기능도 발전했다. 실제로 피터 2.0을 진행하기 위해 만든 음성 시뮬레이터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시스템으로, 피터 2.0은 이것이 다른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피터 2.0은 끝이 아닌 시작이 분명하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이 오래 살아남을수록 비슷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피터 2.0은 "내 끊임없는 낙관주의의 가장 큰 이유는 컴퓨팅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 덕에 2년마다 삶을 즐기는 능력이 두 배씩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라며 "2040년이 되면 그 능력은 무려 수천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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