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800만 년 전의 것으로 확인된 신종 뱀 화석이 파충류의 사회적 행동을 기록한 최초의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학교 재스민 크로건 교수 연구팀은 19일 국제 학술지 'Zo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뱀이 사회적 동물임을 암시하는 화석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1976년 미국 와이오밍 주 화이트 리버 지층에서 발굴된 약 3800만 년 전의 뱀 화석을 재조사했다. 화석은 서로 몸을 맞댄 뱀 3마리로 구성되며, 보존 상태가 극히 좋아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재스민 교수는 "이 희귀한 화석 속의 뱀들은 50년 가까이 정체가 수수께끼였다"며 "새로운 연구를 통해 뱀들이 신종이며, 몸을 맞대고 동면했을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파충류의 사회적 행동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화석 속의 뱀은 현생종 보아의 근연종이다. 라틴어로 '겨울을 난다'는 의미인 'Hibernare'와 그리스어로 뱀을 뜻하는 'ophis'를 조합, 이베르노피스 브레이사웁티(Hibernophis breithaupti)로 명명됐다.
변온동물인 뱀이 떼를 지어 겨울잠을 자는 경우는 드물다. 북미 현생종 가터뱀 수백~수천 마리가 한 덩어리로 동면하는 것은 상당히 특별한 케이스로 평가된다. 가터뱀은 10월부터 4월까지 한 굴에 모여 집단으로 겨울잠을 자며, 함께 동면할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한다.
재스민 교수는 "화석 속의 이베르노피스 역시 가터뱀처럼 떼로 겨울잠을 잤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베르노피스 3마리의 화석은 파충류의 사회적 행동을 기록한 최초의 증거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는 "현생종 뱀은 약 1만5000여 종으로, 가터뱀처럼 집단으로 겨울잠을 자는 종은 거의 없다"며 "여러 개체가 모여 겨울잠을 자면 서로 몸을 맞대면서 기온이 떨어져도 체온이 잘 떨어지지 않는 이점이 있다. 때문에 여러 동물이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귀중한 이베르노피스 화석의 보존 상태가 좋은 이유를 이암으로 예상했다. 재스민 교수는 "아마도 뱀들은 잠자는 동안 작은 홍수에 휩쓸린 것으로 생각된다"며 "실트나 점토처럼 미세한 흙이 굳은 이암에 갇히면서 균열 없이 온전한 화석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