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로맨스를 다룬 작품들이 중국 드라마업계의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당국이 곧 칼질에 나서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직속 매체 광명일보는 브로맨드 드라마가 유행을 넘어 홍수 수준이며, 시청자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9일 내보냈다. 이후 현지 연예계에서는 조만간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중국 안방극장에서 브로맨스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지난 2019년 이보(왕이보, 24)와 샤오잔(초전, 30)의 ‘진정령’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고 올해 ‘산하령’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브로맨스 드라마가 흥행 보증수표가 되면서 현재 촬영이 예정된 작품만 60여편에 이른다.

중국의 브로맨스 드라마는 대부분 꽃미남 두 명을 내세운 ‘탐미소설(耽美小説, BL소설)’이 원작이다. 서브컬처로 평가되던 BL(보이러브)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소설시장에서 인기를 끌더니, 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하나 둘 히트하자 제작자들이 앞 다퉈 BL소설의 영상화에 뛰어들고 있다.

2019년 히트한 '진정령' <사진=텐센트TV '진정령' 공식 포스터>

이에 대해 광명일보는 “일본에서 비롯된 ‘탐미’가 중국에서는 남자와 남자 사이의 로맨스로 변질됐다”며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 유행하던 이 콘텐츠가 대중적 인기를 누리면서 중국인의 기존 가치관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남성이 동성에게서 위안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이런 종류의 드라마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브로맨스가 하나의 표준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보편타당한 인간 정서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중국 방송가는 브로맨스 드라마 속 두 남자주인공을 친구 이상의 모호한 관계로 설정, 시청자를 자극한다. 예능프로그램 제작자들은 드라마 홍보를 위해 출연한 두 남성배우를 커플처럼 연출한다. 이런 상황은 팬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드라마 ‘산하령’의 팬은 남자주인공들의 결혼식을 주제로 한 패러디 영상을 올려 조회수 4억8000만회, 댓글 8만4000건을 기록했다.

'산하령'의 한 장면 <사진=유쿠(Youku) '산하령' 공식 스틸>

중국 공산당 직속 매체의 이런 지적에 현지 드라마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자국 드라마나 영화의 표준을 정하고 이에 위배되면 과감하게 메스를 대고 있다. 최장 80편에 이르던 드라마 회차를 40편 미만으로 확 줄인 ‘한장령(限長令)’과 사극이 너무 많다며 내린 ‘한고령(限古令)’이 대표적이다.

브로맨스 드라마에 대한 칼질이 이미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달 전파를 타려던 뤄윈씨(라운희, 33)와 첸페이유(진비우, 21) 주연작 ‘호의행(皓衣行)’은 뚜렷한 이유 없이 방송 연기를 공지,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한 관계자는 “당국의 제재가 본격화되면 브로맨스 드라마도 차츰 인기를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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