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 2만5000년전부터 코로나19와 같은 고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동아시아는 다른 지역보다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진화유전학자 데이비드 에너드 등 연구팀은 8일 미국 물리인류학자협회 연례회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중국 다이족, 베트남 킨족, 아프리카 오루바족 등 5개 대륙 26개 민족 2504명의 공개된 DNA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상호작용하는 단백질 332개를 포함해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와 반응하는 420개의 단백질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 단백질은 면역 반응을 높일 수도 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에 과거 노출된 신호인 420개 단백질의 생산이 크게 증가한 것은 동아시아인에서만 나타났다. 연구팀은 약 2만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들 단백질 중 42개의 바이러스 반응을 추적한 결과 특정 변이는 약 2만5000년 전부터 5000년전 사이에 많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42개의 유전자 변이 중 21개는 코로나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바이러스의 영향을 강화하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사한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고대 전염병을 일으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파리 파스퇴르연구소 진화유전학자 루이 퀀타나-무리시는 "이는 동아시아인들이 오랫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에 노출돼 왔으며, 이런 바이러스에 유전적으로 더 많이 적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DNA 특성으로 인해 동아시아 국가들의 코로나19 발병률과 사망률이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낮을 수 있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국가의 통제나 문화적 차이, 의료시스템 등 복잡한 요인들이 엮여있는 만큼 유전적 이유만을 들 수는 없다고도 봤다.
향후 42개의 확인된 유전자 변이가 코로나19 및 기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이용되려면 대규모 유전 연구는 물론 지난 2만5000년간 변해온 고대인들의 유전자 샘플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이 유전자 중 고작 4개만이 11가지의 코로나19 치료 약물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