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주변을 감지하기 위해 시각 대신 촉감에 주로 의존한다. 거미의 몸과 다리는 다양한 종류의 진동을 구별하는 작은 털과 슬릿(slit)이라는 감각 기관으로 덮여있다.

거미줄은 먹이의 몸부림과 바람의 흔들림, 다른 거미의 접근 등이 만들어내는 각각 다른 진동을 감지한다. 거미줄의 무수한 가닥들은 서로 다른 톤을 나타낸다.

거미줄 <사진=pixabay>

런 거미줄이 내는 소리를 음악으로 변환한 과학자들이 화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엔지니어팀과 아티스트 토마스 사라세노 등은 최근 수년간 협업을 통해 '거미의 캔버스(Spider's Canvas)'라는 인터렉티브 음악 도구를 제작 공개했다.

이들은 열대성 텐트 웹 거미가 만들어낸 거미줄을 스캔, 3D 디지털 구조로 재구성했다. 그 다음 각 거미줄에 고유한 음파를 할당하고, 거미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패턴화해 음악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거미의 감각을 체험하는 동시에 거미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거미줄의 진동 유형을 식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덫에 걸린 먹이' '거미줄 작업' '다른 거미가 짝짓기를 위해 도착했다' 등 여러 곡을 만들어냈다. MIT의 엔지니어 마커스 뷸러는 "이것은 거미의 말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기초"라며 "거미줄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듣다보면 거미가 사는 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은 사용자가 직접 거미줄을 만들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상 현실까지 구축해냈다. 이를 통해 거미줄을 잘못 만들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왜 거미줄이 알려진 형태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발 더 나아가 뷸러는 "앞으로는 거미와 대화하기 위해 합성 신호를 생성할 것"이라며 "특정 패턴의 리듬이나 진동을 보내 거미와 실제 소통할 수 있을 지 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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