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화상 회의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줌 피로(Zoom Fatigue)'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화상 회의에 주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줌'을 계속 들여다보면 감시를 당하는 느낌이 들거나 일상 대화보다 더 집중하기 때문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거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을 말한다.

이같은 줌 피로가 '거울 불안(mirror anxiety)'이라는 정신적 긴장에서 비롯되며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심리학자 제프 핸콕 교수 등 연구진은 1만32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 ZEF(Zoom & Exhaustion Fatigue)라는 척도를 사용해 참가자들이 화상 회의에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얼마나 힘들게 느꼈는지 평가했다.

그 결과 줌 통화 중 여성 13.8%가 강한 피로감을 느낀다는 답을 얻어냈다. 반면 남성은 5.5%에 불과했다.

거울 불안이란 여성이 거울을 볼 때 자신에게 집중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이는 자의식을 높여줌과 동시에 외모에 대한 인식을 높여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즉 줌의 윈도가 거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진=pixabay>

하지만 거울 불안만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만드는 이유는 아니었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회의 시간이 길고 휴식 시간도 짧았다.

핸콕 교수는 "줌 피로가 여성에게 더 나쁘다는 정량적인 데이터를 가지게 된 것은 물론 그 이유까지 알아냈다"며 "이런 젠더 효과는 기존의 여러 연구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격이나 나이, 인종도 화상 통화의 피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즉 내성적인 사람이나 젊은 사람, 불안한 사람, 유색 인종 등은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의 피로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날은 화상 회의를 완전히 쉬거나, 일부 회의는 음성으로만 진행하고, 동료들과 줌 피로를 극복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 등을 제안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화상 통화가 향후에도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화상 회의의 이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줌 피로와 같은 심리적인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이 연구는 '사회과학 연구 네트워크'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