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은 큰 몸집과 쇼크사까지 일으키는 독침으로 인해 사람들이 기겁하는 곤충 중 하나다. 또 일부 종은 벌집을 전문적으로 습격해 양봉 농가들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말벌집이 발견되면 119 구조대가 출동해 제거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말벌이 짜증나는 곤충이지만 비난만 받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말벌의 생태계에서의 역할과 유익성이 잘 알려지지 않아 편견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말벌 <사진=pixabay>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과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29일 생물학 리뷰 저널을 통해 '침벌류 말벌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 provided by aculeate wasps)'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말벌들은 의외로 우리에게 유익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말벌에 대한 500개 이상의 과학 논문을 검토했다. 이에 따르면 알려진 말벌은 10만여 종에 달하지만 그중 7만 종은 벌과 개미 등에 기생하며, 실제로는 침을 사용하지 않는다.

말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해충 방제'다. 3만종 이상의 말벌은 거미, 매미, 잠자리, 꿀벌 심지어 다른 말벌까지도 공격하는 포식자다. 말벌이 잡아먹는 곤충 중 상당수는 나방이나 바퀴벌레는 물론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해충이다. 연구진은 곤충을 이용한 방제는 농약의 화학적 악영향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며, 이에 따른 경제적 가치는 연간 4170억 달러(약 464조75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말벌이 얼마나 많은 해충을 줄이는지는 계산조차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말벌은 화밀과 꽃가루를 먹고 사는 다른 벌과는 달리 수분 작업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일부 말벌이 설탕 형태의 탄수화물을 얻기 위해 꿀벌처럼 꽃을 찾아다닌다고 설명했다. 수분을 말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식물은 164종으로, 대부분 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벌은 단 것은 무엇이든 달라붙어 빨아 들인다. <사진=pixabay>

말벌의 잠재적인 장점은 식량과 약으로서 활용 가능성이다. 알려진 대로 곤충은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한 데다, 육류에 비해 적은 자원을 소모해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을 준다. 따라서 연구진은 말벌을 이용한 식품 개발을 제안했다. 이런 곤충 단백질은 이미 전 세계 20억명의 식단에서 소비됐다.

말벌의 독은 항생제와 항균제 성분이 포함돼 약리학적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일부는 잠재적인 암 치료제로도 주목받고 있다.

연구의 주 저자인 세이리안 섬너 교수는 "말벌은 다른 곤충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치와 중요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말벌에 대한 편견을 지운다면 더 많이 인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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