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말 나치 독일의 SS와 게슈타포 수장이자 유대인 대학살 최고 책임자였던 하인리히 힘러가 비밀리에 묻어둔 금 10t이 발견됐다.

외신 더 퍼스트 뉴스는 29일 보물 사냥꾼들이 SS가 휴식처로 사용했던 폴란드 민코프스키 궁전 부지에 5억 파운드(약 7752억원)에 달하는 금 상자 48개가 묻혀있다는 사실을 확인, 다음 주 발굴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보물 사냥꾼들은 폴란드 민코프스키 마을에서 비밀문서와 SS 장교의 후손으로부터 받은 보물 지도를 사용해 전리품을 발견했다. 문서 중에는 금 매장을 맡은 SS 고위 장교가 자신의 애인 잉게라는 여성에게 금 상자를 맡겼다는 편지와 금 상자를 비롯해 예술품과 귀중품 등이 숨겨진 폴란드 11개 지역을 나타내는 일기가 포함됐다.

금이 묻힌 것으로 밝혀진 민코프스키 궁전 <사진=실레시안 브릿지 재단>

이 지역은 전쟁 직후 구소련에 점령됐고, 잉게는 이후 폴란드 남성과 결혼하며 자신의 정체와 보물의 행방을 숨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을 묻은 장소 역시 소련과 폴란드 군대의 사무실, 지방의회 사무실, 유치원, 영화관 등으로 바뀌었지만 금 상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이들 장소는 보물 발굴을 주도한 실레시안 브릿지 재단(Silesian Bridge foundation)이 장기간 임대한 상태다.

실레시안 브릿지 재단은 지난해 11개 은신처 중 하나인 로즈토카 마을의 궁전 위치를 공개하며 보물이 우물 바닥 64m 아래에 숨겨져 있다고 밝혔다. 또 민코프스키 궁전에 묻힌 금은 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사라진 금이라고 말했다. 브로츠와프의 금 탈취 사건은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로, 이후 갖가지 소문을 낳았다.

하인리히 힘러가 1938년 독일 최초의 군주 하인리히 1세의 묘지에서 의식을 벌이는 장면. 나치는 자신들이 하인리히 1세의 정통성을 승계했다고 주장했다 <사진=독일 연방 기록보관소>

이번에 묻힌 금은 하인리히 힘러가 제4 제국을 세우기 위해 비밀리에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힘러는 때로는 아돌프 히틀러보다 더 잔인한 인물로 꼽히는 학살자다.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수많은 강제수용소를 세우고 '죽음의 부대' 아인자츠그루펜(Einsatzgruppen)을 조직했으며 생체 실험을 직접 기획하고 감독해 무려 1000만명 이상을 학살했다. 종교 및 신화, 오컬트에도 심취해 '성배'를 찾아다닌 것으로도 알려졌다. 전쟁에서 패하자 히틀러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실레시안 브릿지 제단은 성명을 통해 "유산의 귀환은 화해의 이정표로 여겨진다"며 "잃어버린 예술 작품을 되찾고 정당한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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