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화성에 존재했다고 여겨지는 최대 규모의 호수의 상세 이미지가 공개됐다. 화성은 태고에 풍부한 물을 가진 행성이었으나 다양한 이유로 현재의 척박한 환경이 됐다고 여겨진다.
유럽우주국(ESA)은 7일 공식 채널을 통해 화성 카랄리스 카오스(Caralis Chaos) 지역의 고화질 사진들을 공개했다. 광활한 카랄리스 카오스 안에는 고대의 화성 호수 에리다니아(Eridania)의 터가 존재한다.
해당 이미지는 ESA의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촬영했다. 마스 익스프레스는 2003년부터 주회 궤도상에서 화성 표면과 지질을 조사해 왔다.
사진의 대부분은 거대한 크레이터가 차지할 만큼 카랄리스 카오스는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대의 호수 에리다니아의 터는 이미지의 오른쪽 아래에 펼쳐져 있다. ESA는 일부러 밝은색을 사용해 해당 지형을 강조했다.
ESA는 "건조한 모래 먼지로 뒤덮인 화성이 물이 풍부한 아름다운 곳이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지만, 과학자들은 화성의 물을 둘러싼 매우 흥미로운 역사를 밝히고 있다"며 "그 과거의 자취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에리다니아 호수"라고 설명했다.
사진을 통해 에리다니아의 세부 조사를 진행한 ESA는 이 호수의 저수량이 화성의 다른 호수를 합친 총량보다 많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지구 관점에서 카스피해를 약 3회 가득 채우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양이다.
ESA는 "에리다니아 호수의 전성기는 약 37억 년 전이었다. 당시에는 하나의 거대한 호수였으나 지표가 건조해짐에 따라 점차 작은 호수 여러 개로 분열됐고 현재 화성의 수수께끼 같은 건조한 지대로 남았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화성에 과거 생물이 서식했는지 여부"라며 "생물이 살아가기 위해 물은 필수이기 때문에, 과거 수역이었던 화성 지대의 연구는 우주개발 주체들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제제로 크레이터 주변을 탐색하고 있다. 제제로 크레이터는 한때 호수와 강이 존재한 곳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최근 고대 미생물의 존재를 시사할 증거도 발견했다.
ESA는 "에리다니아 호수가 앞으로 진행될 화성 탐사의 후보지가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며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의 과거 탐사 결과 이곳이 울퉁불퉁한 위험한 지형일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은 마스 익스프레스 등 주회 탐사기가 상공에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