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구와 충돌할 소행성을 6개월 전에 발견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실시한 가상 시나리오 훈련에서 비극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이들은 전문가 그룹과 함께 실시한 일주일간의 훈련에서 5632만7040㎞ 밖에 떨어진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와 6개월 뒤 부딪힌다고 가정하고 이를 막을 모든 방법을 강구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소행성의 크기, 궤적, 충돌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지식을 총동원한 것은 물론 철저한 협력으로 이를 막을 방법을 물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6개월이라는 기간에 지구의 기존 기술로는 소행성과 충돌을 막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시뮬레이션에서 소행성은 동유럽에 추락했다.

물론 현재 이런 식으로 지구에 위협을 가하는 소행성은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140m 이상의 크기로 추정되는 소행성의 2/3가 발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 때문에 NASA 등은 이번과 같은 가상훈련을 실시했다.

NASA의 행성 방위 책임자인 린들리 존슨은 "이런 훈련은 과학자 및 정부가 협력해 미래의 잠재적인 위협이 식별될 경우 더 원활한 조율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움이 된다"고 훈련의 의도를 설명했다.

시뮬레이션에서 가상의 소행성은 '2021PDC'라고 불렸다. NASA의 시나리오에서 지난 4월 19일에 처음으로 발견됐으며, 발견일로부터 6개월 후인 10월 20일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5%로 간주했다.

과학자들은 훈련 2일차인 지난 2일 새로운 충격 궤적 계산 결과 2021PDC가 유럽이나 북아프리카를 거의 확실히 강타하리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시뮬레이션 참가자들은 소행성 파괴 및 경로 변경을 위한 우주선 임무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했다. 하지만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우주선을 이륙시키기에 6개월에 너무 짧았다. 참가자들은 "실제로 2021PDC 같은 소행성이 날아오면 현재의 능력으로 그렇게 갑작스럽게 우주선을 발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 2일차에 예측된 2021PDC의 충돌 지역 <사진=JPL, NASA>

참가자들은 핵폭발 장치를 사용해 소행성을 파괴하려는 방법도 고려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2021PDC의 크기가 34.75m에서 0.8㎞까지 될 수 있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핵폭탄이 소행성을 날려버릴 가능성은 불확실했다.

훈련 3일째 지구의 미래는 더 암울해졌다. 2021PDC의 궤적은 동유럽으로 향하고 있었다. 소행성이 충돌하기 1주일 전인 훈련 4일 차에는 소행성이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에 충돌할 확률이 99%였다. 폭발은 대형 핵폭탄과 같은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됐다. 할 수 있는 일은 피해 지역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뿐이었다.

현실에서는 누구나 2021PDC와 같은 소행성을 6개월보다 훨씬 이전에 발견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 근방 물체(NEO, near-Earth objects)'를 감시하는 현재 능력은 매우 불완전하다. 태양으로부터 2억116만8000㎞ 내에서 궤도를 도는 모든 우주 암석은 NEO로 간주한다. 그러나 존슨은 "우리는 지구와 충돌 위험이 있는 소행성 중 약 1/3만 발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지구 근처까지 다가온 크고 위험한 물체를 많이 놓쳤다. 폭 5㎞의 우주 얼음덩어리인 네오 와이즈 혜성은 지난해 7월 1억299만㎞ 밖에서 지구를 지나쳤다. NASA의 우주망원경이 4개월 전에 혜성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런 물체가 있었는지 몰랐다.

2013년에는 직경 19.81m의 유성이 시속 6만4374㎞로 대기권에 진입, 아무 경고 없이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해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1400명 이상이 부상했다. 그리고 2019년에는 폭 130.15m의 소행성이 지구에서 불과 7만2420㎞ 빗겨나 날아갔다. 당시 NASA는 이에 대해 거의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

NASA의 DART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접근하는 상상도 <사진=NASA, Johns Hopkins APL>

현재 NEO를 추적할 유일한 방법은 제한된 수의 강력한 망원경 중 하나가 제때 올바른 방향을 살펴보는 '우연'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NASA는 2년 전 소행성 감시 전용의 새로운 우주망원경(Near-Earth Object Surveillance Mission)을 발사한라고 발표했다. ESA도 새로운 망원경(Test-Bed Telescope)을 발사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망원경(Flyeye Telescope)을 제작 중이다.

또한 NASA는 소행성의 경로를 바꿀 여러 가지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훈련 중 제안된 핵폭발 장치를 비롯해 레이저로 가열해 소행성을 기화시키거나 경로를 변경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중 NASA가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주선을 소행성에 직접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NASA는 실제로 올해 7월 작은 우주선을 발사해 소행성과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켜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 시험할 예정이다. 이는 '이중 소행성 궤도수정 시험(DART, The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임무라고 불리며, 지구와 멀리 떨어진 크기 160m의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와 내년 가을쯤 충돌하게 된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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