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으로 인해 남성의 정자 수가 줄어들어 결국 불임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또 남성기의 크기가 화학 물질로 인해 줄어든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인간에 미치는 환경 영향을 연구하는 미국의 역학자 샤나 스완 교수는 최근 '카운트다운(Countdown)'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이 책은 플라스틱에 포함된 프탈레이트(Phthalate)나 BPA, PFOA 등 일상제품에 사용되는 환경 오염 물질로 인해 2045년에는 남성의 정자 수가 0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완 교수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1973년과 2011년 사이 남성의 정자 수가 59.3% 감소했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결국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임신을 원하는 부부는 대부분 보조 생식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스완 교수는 이런 화학 물질이 남성 생식기의 크기를 줄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 지역의 젊은 남성 38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오염 물질에 많이 노출된 지역의 212명의 남성기는 평균 8.6cm로, 오염 물질 노출이 없는 지역(9.7cm)보다 10% 작다고 밝혔다.

책 '카운트다운' <사진=샤나 스완 홈페이지>

이런 정자 생산 중단 종말 시나리오는 처음이 아니며, 나올 때마다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호주 모나시대학의 팀 모스 교수는 과학전문 매체 '컨버세이션'을 통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선 모스 교수는 질병과 잠재적 기여 요인이 연관됐다고 해서 하나가 다른 하나에 의해 유발되거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즉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다르다고 말했다.
BPA나 PFOA와 같이 호르몬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 물질이 남성과 여성의 생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결정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증거도 없다.

구체적으로 스완 교수의 데이터는 '선택적 보고'라고 지적했다.
정자 수가 감소한다는 데이터는 2017년에 스완 교수가 연구한 것으로, 여기에는 북미와 유럽, 호주 등의 남성 데이터만 포함됐으며 남미나 아시아, 아프리카는 빠져있다. 이같은 선택 편향(연구 참가자 선택 방법과 관련), 출판 편향(연구자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하는 관찰만 보고하는 경향)은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세계 여러 지역의 연구에서 정자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원인은 확실치 않다. 만성 질환이나 식생활, 비만과 같은 다른 중요한 요인을 간과하고 화학 물질만을 원인으로 꼽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이번 데이터에는 이용 가능한 자료의 범위가 한정돼 있어 그 범위 이상의 값을 구할 수 없을 때 한계점 이상의 값을 추정하는 '외삽'이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완 교수는 1973~2011년 사이의 정자 수가 가파른 하강 곡선을 그리는 것을 이용해 1940년대 초의 정자 수를 크게 추정했으며, 이로 인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수십년 내 정자 수가 0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스 교수는 "이는 과장일 뿐, 과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남성기가 줄어든다는 주장도 전형적인 '클릭 유도 낚시질(clickbait)'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생식기 크기는 출생 전에 결정되지만, 연구에서는 거주지에 따라 남성을 분류했고 어디 출신인지는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베네토 지역은 수십 년간 극심한 산업 오염이 이뤄진 곳으로, 플라스틱 식품 포장과 같은 오염 물질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의문이라고 봤다. 크기 측정에 영향을 미치는 온도 같은 변수와 측정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리고 의미론적 관점에서 성기가 '축소'되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짧아진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지만, 지역별 비교 이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짧아진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모스 교수는 "환경 오염은 분명 시급한 문제지만, 이 책의 데이터는 인간 생식의 파국적인 붕괴와 성기 축소가 거의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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