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초로 '유전자 변형 모기'가 방출됐다.
바이오테크 회사인 옥시텍은 지난 4월 플로리다 키스 제도 6곳에 모기알이 든 상자를 배치했으며 앞으로 12주 동안 부화한 수컷 모기 1만2000마리가 방출될 것이라고 6일 밝혔다.
이를 위해 플로리다 키스 모기 통제청(FKMCD)은 2010년 옥시텍과 처음 접촉했으며 10년에 걸친 평가와 현지 반발 등을 거쳐 미국 환경 보호국(EPA)의 승인을 얻어냈다.
이런 조치는 유전자 변형 모기가 모기 개체 수를 줄이는 데 이미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옥시텍은 이에 앞서 브라질과 파나마, 케이맨 제도, 말레이시아 등에서 유전자를 변형한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를 방출, 해당 지역에서 해당 종의 개체 수가 90%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 이 모기는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황열증 등을 일으킨다.
옥시텍에 의해 유전자가 변형된 모기는 모두 수컷으로, 치명적 유전자를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변형된 모기가 야생의 암컷과 짝을 이루면 치명적인 유전자가 자손에게 전달된다. 이 유전자는 수컷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암컷 새끼들에는 필수 단백질을 생성시켜 성숙하기 전에 죽게 만든다. 모기는 암컷만이 사람을 물기 때문에 변형된 모기와 살아남은 수컷은 인간에게 질병을 옮길 수 없다.
이집트숲모기는 플로리다 키스 제도의 모기 중 4%에 불과하지만, 이 지역에서 인간에게 전염되는 대부분 모기 매개 질병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FKMCD는 100만달러(약 11억2000만원)의 예산을 책정, 살충제를 이용해 1년간 모기를 방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기가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유전자 변형 모기를 방출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고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모기 방출은 올해 말 2000만 마리의 모기를 방출하기 전 데이터를 수집하는 테스트이기도 하다, 옥시텍은 모기의 이동 범위와 수명, 암컷 모기 방지 효과 등을 알아보기 위해 유전자 변형 모기에 특정 불빛 아래에서 빛이 나는 유전자를 추가했다.
하지만 모두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지역 주민과 환경 연합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지난해에는 재판이 열렸으며, 유전자 변형 모기가 생태계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의문도 남아있다. 또 이전에 브라질에서 방출한 유전자 변형 모기는 일부 암컷을 죽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유전자 변형의 책임 있는 사용을 옹호하는 단체인 에디팅 네이처(Editing Nature)의 설립자인 분자 생물학자 나탈리 코플러는 "이번 실험으로 유전자 변형 모기가 지역의 종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투명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