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전 말의 머리를 걷어찬 기수를 둘러싼 논란이 일본사회를 달구고 있다. 동물학대를 조장하는 경마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동물을 소비해야 하는 인류의 현실을 외면한 이야기란 반론도 만만찮다. 어디까지를 학대로 볼 것인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소동의 주인공은 일본 썰매경마(ばんえい競馬) 기수 스즈키 케이스케(45)다. 스즈키 선수는 지난달 18일 열린 경기에서 자신의 말머리를 발로 두 차례 걷어차 충격을 줬다.

당시 상황은 방송사 실황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안 그래도 무거운 썰매를 끄는 말에 너무 가혹한 행위라는 비판이 폭주했다. 한 시청자는 "경마는 평생 트랙을 달리다 은퇴하면 고기를 위해 말을 도축하는 몹쓸 스포츠"라며 폐지를 요구했다. 썰매경마 팬들마저 스즈키 선수가 경주마를 학대했다고 비난했다.

경주마 머리를 세게 걷어차는 선수 <사진=ANNnewsCH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競走馬の“顔を足蹴り”騎手の次は厩務員が' 캡처>

일부 언론은 경기 당시 스즈키 선수가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고 보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선수 본인은 “화낸 적 없다. 말머리가 모래에 박히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즉각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스즈키 선수의 조치가 100% 잘못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입으로 호흡이 불가능한 말은 모래가 코나 입으로 들어갈 경우 폐로 직행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발로 말머리를 걷어찬 데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선수 본인도 이 점에 대해서는 “팬 여러분께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일본사회에서는 어디까지를 동물학대로 볼 것인가 논란이 한창이다. 인간은 동물을 소비하며 살아왔고 어느 선까지가 인도적인지 불분명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애초에 동물 목숨을 취하면서 인도적 도축 운운하는 건 위선이란 반발도 거세다. 

주니치스포츠는 이번 사태에 대해 “해외에는 활어회를 금지하는 지역도 있다. 포경에 대한 가치관의 충돌도 심하다”며 “동물학대에 대한 규칙은 문화와 시대에 따라 쉽게 바뀌기 마련이라 기준을 삼기가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썰매경마는 기수가 올라탄 썰매를 말이 끄는 경기다. 일반 경주마들과 달리 썰매가 잘 미끄러지도록 모래 트랙을 달린다. 이번 논란과 관련, 주관 단체는 스즈키 선수를 경고조치했다. 최근엔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어떤 이유로도 말머리를 찬 것은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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