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부터 진화까지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중간질량블랙홀(intermediate-mass black hole, IMBH)의 탄생을 규명한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는 3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중간질량블랙홀의 탄생 과정을 재현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중간질량블랙홀은 태양의 최소 100배, 최대 10만 배 질량을 가지며, 항성질량블랙홀이나 초대질량블랙홀에 비해 발견 사례가 극히 적어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다.

현재 관측되는 블랙홀의 대부분은 태양 질량의 100배 이하의 작은 것 또는 10만 배 이상의 거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 중간에 해당하는 중간질량블랙홀은 관측 사례가 부족해 우주의 어디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아테루이II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려진 구상성단. 파란색 점 하나하나가 구상성단 내부의 천체이며, 그 주위는 가스나 먼지로 구성된 성간구름이 채우고 있다. NAOJ와 협력 관계인 일본 그래픽 회사 VASA의 아티스트 다케다 타카아키가 재현했다. <사진=VASA·NAOJ·후지이 미치코>

NAOJ 관계자는 "중간질량블랙홀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목받아온 천체는 구상성단"이라며 "구상성단은 중력에 의해 연결된 수백만 개의 별이 구형으로 분포하며, 중심에 중간질량블랙홀이 존재할 것으로 학자들은 여겨왔다"고 말했다.

이어 "구상성단 내에서 블랙홀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별들이 차례로 합체·충돌해 매우 무거운 천체가 형성돼야 한다'며 "이런 극단적인 천체의 결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구상성단 하나하나의 별 운동을 그려보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생각은 물론 이전부터 나왔다. 문제는 그 많은 별의 운동을 예측할 고성능 장비가 없었다. 도쿄대학교 천체물리학자 후지이 미치코 부교수는 성단 진화에 대한 관측 정보들을 우선 유체 시뮬레이션(FS)에 접목했다.

중간질량블랙홀은 관측 사례가 적고 정보도 부족해 탄생을 비롯한 여러 부분이 수수께끼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후이지 부교수는 "천체 개개의 움직임을 틀림없이 재현하려면 유체 움직임을 물리적 수식에 기반해 계산하는 FS가 최적"이라며 "NAOJ가 운용하는 슈퍼컴퓨터 '아테루이II'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성단 내 천체들의 운동을 재현한 구상성단의 형성 시뮬레이션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팀은 성간가스 속에서 무려 100만 개 넘는 별의 운동을 정확하고 현실적으로 계산했다. 덕분에 분자구름에서 성단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별들의 극단적 결합이 발생, 질량이 태양의 1만 배인 거대한 천체가 형성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NAOJ 관계자는 "일반적인 천체의 진화 이론을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를 대입하면, 가상으로 형성된 거대한 별은 태양 질량의 3000~4000배인 중간질량블랙홀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중간질량블랙홀이 구상성단 안에서 형성될 수 있음이 비로소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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