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충분한 잠은 온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소중한 동력원인데, 제때 잠을 이루지 못하면 생체리듬이 완전히 깨지고 만다.
이런 사실에서 미군은 병사들의 잠을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시스템을 착안했다. 전력의 핵심이 되는 병사들이 제시간에 충분한 잠을 자도록 생체시계를 임의로 조절하는 시스템을 이르면 2025년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 의뢰로 생체시계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체내 임플란트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NTRAIN(Normalizing Timing of Rhythms Across Internal Networks of Circadian Clocks)이라는 긴 이름이 붙은 이 장치는 말 그대로 생체시계 리듬을 임의로 조정하는 장치다. 4년여 연구기간에 총 3300만 달러(약 370억원)가 투입되며 2025년에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다.
DARPA가 NTRAIN을 떠올린 건 병사들의 전력유지를 위해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는 병사들은 일반인과 생체리듬이 다를 수밖에 없다. 수면 패턴이 불규칙하고 불면증도 쉽게 찾아온다. 실제로 시차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병사도 많다. NTRAIN은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만큼 수면을 취할 수 있어 군에 꼭 필요하다는 게 DARPA 입장이다.
NTRAIN이 수면을 유발하는 원리는 수면 펩티드(peptide, 펩타이드) 조작이다. 펩티드는 아미노산 단위체들이 자연적 또는 인공적으로 들러붙은 중합체다. 아미노산 조합에 따라 그 기능이 달라지는데, 사람의 잠은 생체시계가 정한 타이밍에 수면 펩티드가 방출되는 식으로 제어된다.
팔에 부착하는 입력장치와 그 안쪽의 체내 이식 임플란트로 구성되는 NTRAIN은 최근 각광받는 합성생물학에 생체전자공학기술을 응용했다. 임플란트 내에 수면 펩티드를 생산하는 세포를 주입하고 이를 빛으로 자극하는 식이다. 임의로 생산된 수면 펩티드를 혈액 속에 방출해 병사의 졸음을 유발한다. 수면시간은 입력장치를 통해 조절한다.
노스웨스턴대학교는 이 시스템이 수면은 물론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임플란트 내에 뭘 넣고 언제 활성화하느냐에 따라 수면은 물론 분노를 조절하거나 통증을 완화하고 질병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연구팀 관계자는 “특수임무가 많은 병사들이 일일이 약을 소지하거나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며 “다양한 생체활동에 필요한 펩티드를 생성하는 체내 임플란트는 환자에 딱 맞는 약을 지어주는 약국과 같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