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기생충은 숙주의 영양분을 빼앗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강하다. 다만 일부 개미의 몸에 사는 기생충은 숙주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까지 높여준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요하네스구텐베르크마인츠대학교 연구팀은 22일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를 통해 일부 개미가 기생충의 힘을 빌려 다른 개체보다 오래 사는 사실이 관찰됐다고 발표했다. 

기생충과 숙주의 미스터리한 계약관계는 집호리가슴개미(Temnothorax Congruus)와 이 개미의 장내에 사는 조충류의 일종 Anomotaenia brevis 사이에서 발견됐다.

지난 3년간 집호리가슴개미의 개미집 58개를 관찰한 연구팀은 기생충이 없는 개체는 모두 죽은 반면 기생충에 감염된 개미는 절반이 살아남은 사실에 주목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갈색으로 변하는 집호리가슴개미 <사진=요하네스구텐베르크마인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원래 집호리가슴개미는 몸 전체를 뒤덮은 노란색이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갈색으로 변한다. 하지만 기생충에 감염된 개미는 몸 색깔이 죽을 때까지 노란색이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조사 기간이 짧아 기생충이 개미의 수명을 얼마나 늘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20년까지도 산다는 여왕개미의 수명과 맞먹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이 개미의 수명을 늘리는 비밀은 유전자 조작이다. 이 기생충은 여왕개미와 관련된 유전자를 임의로 조작해 숙주의 수명을 늘려준다. 일반 개미가 여왕개미가 되면 특정 유전자가 활성화되면서 수명이 연장된다.

심지어 이 기생충은 집호리가슴개미의 삶의 질까지 올려줬다. 기생충에 감염된 집호리가슴개미는 일하지 않고 노는데도 주변 개미들이 극진하게 보살폈다. 기생충 감염이 일련의 화학작용을 일으켜 일개미들이 숙주를 여왕개미보다 떠받드는 현상이 목격됐다.

기생충이 집호리가슴개미에 좋은 일만 하는 건 아니다. 감염된 개미가 평생 놀고 먹으며 장수를 누리는 반면 개미집의 다른 동료 개미들의 수명은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 감염된 개미를 돌보느라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한편 이 기생충은 집호리가슴개미를 먹고 사는 천적에 의해 전파된다. 개미를 잡아먹은 딱따구리의 장내에 기생충이 산란하고 배설물과 함께 지상에 뿌려지면 이를 먹은 개미의 장내에 조충이 다시 기생하는 식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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