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시리아햄스터 등 동면(겨울잠)하는 작은 포유류가 혹한에 견딜 수 있는 비결은 비타민E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연구팀은 7일 발표한 논문을 통해 겨울잠을 자는 작은 포유류가 간에 고농도 비타민E를 축적해 혹한을 견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응용하면 저온 보존법이나 저체온 사태에 대한 예방법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같은 작은 포유류라도 겨울잠을 자는 시리아햄스터와 그렇지 않는 실험쥐들의 세포가 얼마나 저온내성을 갖고 있는지 실험에 나섰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추위가 닥치면 체내 지방이나 탄수화물을 태우면서 체온을 유지한다. 이런 에너지원이 없거나 급격한 추위에 노출되면 저체온증에 걸리고 세포사(cell death)를 일으켜 사망에 이른다. 

시리아햄스터. 사진은 사육용 <사진=pixabay>

시리아햄스터나 다람쥐 등 겨울잠을 자는 작은 야생동물들은 몇 개월간 이어지는 혹한에도 체온을 10℃로 유지하며 지낸다. 겨울잠에서 깨어날 때는 체온을 37℃ 가까이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햄스터와 실험쥐에서 각각 채취한 줄기세포를 4℃ 저온에 배양했다. 그 결과 실험쥐의 줄기세포는 1~2일 만에 모두 사멸했지만 시리아햄스터의 줄기세포는 5일 이상 생존했다. 오랜 저온에 노출시켰다가 온도를 37℃로 되돌려도 줄기세포가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시리아햄스터의 간세포 저온 내성이 먹이 종류에 영향을 받는 사실에 주목했다. 먹이 종류를 바꾸자 저온 내성이 약화되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시리아햄스터의 간은 먹이에 따라 비타민E를 고농도로 유지하면서 세포사를 막는다”며 “먹이에 포함된 지용성 비타민E의 일종인 알파-토코페롤(α-토코페롤, αT)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4℃ 저온상의 실험쥐(왼쪽) 및 시리아햄스터 간세포 생존 상황. 빨간색은 사멸한 세포다. <사진=홋카이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알파-토코페롤은 황색의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액체로 식품이 변질되는 것을 막는 산화방지제로 사용된다. 세포막이나 세포 내에 존재하는 불포화지방산의 지질 과산화 반응을 막아 세포가 죽는 것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알파-토코페롤이 적게 함유된 먹이를 섭취한 햄스터의 간세포는 추위에 사멸했지만 토코페롤 양을 늘린 먹이를 먹은 경우 간세포는 저온 내성을 뚜렷하게 발휘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리아햄스터가 줄기세포에 고농도 비타민E를 축적함으로써 동면 기간에도 저온에 견딜 수 있는 것”이라며 “겨울잠을 하는 작은 포유류가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비타민E를 많이 포함한 나무열매를 대량으로 섭취하는 이유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리아햄스터가 고농도 알파-토코페롤을 유지하는 구조를 면밀하게 살피면 인간 생활에도 유용하리라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실험 관계자는 “이식되는 장기는 저온보관이 필수인데 이따금 저온에 장기가 손상되곤 한다”며 “알파-토코페롤을 적극 활용하면 이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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