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대장균을 합성한 최근 실험에서 생체에 아주 친화적이고 강성 역시 뛰어난 신개념 인공섬유가 탄생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이달 초 공개한 논문에서 자연계의 케블라(Kevlar)에 비견할 만한 튼튼한 생체 인공섬유를 만들어냈다고 발표했다.
케블라란 미국 듀폰이 1970년대 초 개발한 인공섬유다. 밀도가 유리섬유의 절반에 불과하면서도 강성은 강철보다 5배나 강해 기적의 소재로 유명하다. 케블라는 경찰이나 군인 등이 착용하는 방탄복 소재로 널리 사용돼 왔다.
당초 소프트 로봇을 제작하던 연구팀은 동물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생체와 잘 어울리는 인공섬유를 떠올렸다. 유연한 소재와 조직으로 구성되는 소프트 로봇의 특성상 각 부위를 연결하고 때로는 고정하기 위한 인공섬유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비단을 만드는 누에나 고압에도 견디는 전복의 진주 등 자연계 천연 소재에 눈을 돌렸다.
연구팀은 미생물 중에서도 생분해성이 뛰어난 대장균과 근육을 구성하는 티틴 단백질을 동원하기로 했다. 그리스 신화 속 거인 타이탄에서 유래한 티틴 단백질은 자연계에서 가장 큰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실험 관계자는 “티틴은 아주 커서 보통 대장균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며 “유전자공학의 힘을 빌려 대장균에 작은 티틴 단백질 조각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2메가달톤(megadalton)의 초고분자 천연 폴리머를 뽑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일반적으로 대장균이 생성하는 단백질 평균 크기의 50배”라며 “습식방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완성된 근육 단백질 섬유는 10마이크로미터(㎛), 즉 사람 머리카락의 10분의 1 굵기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섬유는 얇으면서도 잘 끊어지지 않는다. 자연계 원료로 뽑아낸 섬유란 점을 감안하면 방탄조끼에 사용되는 케블라에 비견할 강도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게다가 역학적 에너지를 열로 방산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실험 관계자는 “대장균과 티틴 단백질을 이용한 이 섬유는 소프트 로봇 등 공학은 물론 사람이나 동물의 수술용 봉합사나 조직공학 소재로도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이어 “생산 단가가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점이 새로운 섬유의 장점”이라며 “뭣보다 섬유를 뽑아내기 위해 어떤 동물도 희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