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개처럼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며 이를 표현한다는 의외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체에 따라 성격 차이는 있지만 고양이는 주로 상대방에 무관심한 차가운 동물로 인식돼 왔다.
미국 오클랜드대학교 브리타니 그린 교수 연구팀은 7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고양이는 함께 지내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나름의 방법으로 슬픔을 표시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고양이의 사회성을 알아보기 위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성인 남녀 412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고양이는 물론 개도 키웠다. 설문 조사 시점에서 전체 피실험자가 키우는 고양이는 452마리로 집계됐다.
설문 결과, 피실험자들이 키우는 고양이들은 같이 지내다 죽은 반려동물이 평소 좋아하던 장소에서 보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일부 고양이는 사료 양이 줄었고, 먹는 속도도 떨어졌다. 울음소리는 조금 더 커졌고, 소리를 내는 빈도도 올라갔다.
브리타니 교수는 "고양이가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련의 행동은 사육되던 동물이 고양이든 개든 관계가 없었다"며 "전체 고양이 452마리 중 약 3분의 2는 고양이와 함께 사육됐고, 나머지는 개와 함께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반려견 연구에서는 같은 가정에서 지내던 개가 죽으면, 남겨진 개의 활동 및 식사량 감소, 공포심 및 과잉 주의 증가가 나타났다"며 "고양이가 다른 동물과 작별한 뒤 보이는 반응은 사실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고양이가 어딘가 서먹서먹하고 사교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인간의 오해라고 지적했다. 브리타니 교수는 "야생 고양이는 똘똘 뭉쳐 행동하고 집단 서열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인간은 고양이의 성격이나 특성을 사람 편의대로 특징해 왔는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죽은 동물의 주인이 슬픔의 강도에 따라 남겨진 고양이로부터 떨어져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사실도 밝혀졌다. 더 큰 슬픔을 느끼는 주인일수록 남겨진 고양이와 대면하는 시간이 줄었고, 고양이는 혼자 지내거나 자는 시간이 증가했다. 브리타니 교수는 "우리 실험으로 고양이의 사회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집사라면 동료를 잃은 고양이를 어루만지고 슬픔을 공유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