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으로 남녀 공중화장실을 구분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주장을 둘러싸고 일본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효고현의 한 도시가 단색으로 된 공중화장실 표지를 도입하자 지역사회에서는 역차별 논란이 벌어졌다.
9일 고베신문은 남성은 파랑, 여성은 빨강으로 통일한 공중화장실 표지가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이 지역사회에 젠더 갈등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소동의 발단은 효고현 아카시 시청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다. 시는 오쿠보초 지역에 자리한 공원 내 공중화장실 남녀 표지판 디자인을 시민 공모를 통해 결정하기로 하고 지난 7월 투표함을 설치했다.
시청에 따르면 약 2주간에 걸친 투표 기간 시민 총 743명이 참여했다. 남성용은 연한 청색, 여성용은 연한 적색으로 표시한 디자인이 가장 많은 208표를 얻었다. 남녀 모두 차분한 갈색으로 통일한 디자인은 8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아카시 시청은 투표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1등 안을 채택하려 했다. 다만 일부 시민이 민원을 넣어 “남녀 공중화장실을 색상으로 구분하는 것은 성적 소수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며 고정관념”이라고 주장했다.
담당 직원 전체 회의를 거친 아카시 시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2등 디자인 안을 최종 선택했다. 일부에서 역차별 주장이 제기되자 “젠더 감수성이 예민해진 지금, 2번 안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배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2ch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젠더 갈등과 관련된 논란이 벌어졌다. 아카시 시청 결정에 찬성이라는 의견 한편에는 남녀 공중화장실을 색상으로 구분하는 것이 왜 차별이냐는 반발이 쏟아졌다. 색상 구분은 만약의 범죄 예방을 위해 필수라는 지적도 적잖았다.
일본에서는 최근 공중화장실 등 시민이 사용하는 시설을 둘러싼 젠더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지난 8월 15일 핀란드 대사관이 홍보시설 내 화장실 5개 중 3개를 ‘혼성 화장실(all gender toilet, 성중립 화장실)’로 조성하자 강한 역차별 주장이 제기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