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삭력이 스테인리스 칼의 3배에 달하는 나무 나이프가 개발됐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소재인 만큼 다양한 나무 주방 기구의 상용화가 기대된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절삭력이 스테인리스 칼보다 3배 우수하면서 기존 목재보다 23배 경도가 뛰어난 친환경 나무칼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주로 스테인리스로 제작되는 주방용 칼을 환경에 이로운 목재로 제작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이들은 나무로 만든 칼날의 경도를 일반 목재보다 높이기 위해 기존 목재 가공법과 사뭇 다른 방법을 고안했다.

실험 관계자는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cellulose)는 세라믹이나 금속, 폴리머 등 대부분의 가공재료보다 단단하고 밀도도 원래 높다”며 “다만 기존 목재 가공법은 그 가능성을 거의 발휘하지 못해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경도가 원목의 23배, 절삭력은 스테인리스칼의 3배에 달하는 나무칼이 개발됐다. <사진=New Scientist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Watch a wooden knife that is sharper than steel cut through steak' 캡처>

일반적으로 목재는 40~50%가 셀룰로오스로 구성된다. 셀룰로오스 섬유질의 다당류 중 펙틴질을 뺀 헤미셀룰로오스(hemicellulose)나 리그닌(lignin)이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들은 약한 분자 성분이다. 연구팀은 목재를 경화하는 과정에서 헤미셀룰로오스와 리그닌 성분을 임의로 제거하면 목재의 경도가 대폭 높아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우선 연구팀은 칼로 만들 목재에서 리그닌을 제거했다. 리그닌은 다양한 나무나 일부 조류의 조직을 지탱하는 물질로 유기고분자의 일종이다. 목재는 기본적으로 딱딱하지만 리그닌을 제거하면 몰라보게 유연해진다.

리그닌을 없앤 목재는 화학 처리를 거쳐 고열로 압축해 내부에 남은 수분을 철저하게 제거했다. 이후 나이프 모양으로 목재를 섬세하게 성형한 뒤 절삭유의 일종인 광유를 덧칠했다. 광유는 목재의 칼날이 부분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동원됐다.

판자 3장을 뚫는 나무못 <사진=New Scientist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Watch a wooden knife that is sharper than steel cut through steak' 캡처>

이렇게 완성된 나무칼을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연구팀은 경도가 원목보다 최대 23배 강해진 점을 확인했다. 비틀림이나 갈라짐 등 목재 본연의 결함도 완화됐다.

실험 관계자는 “목재의 자연적 강도를 살리면서 약한 분자 성분을 제거해 기존 스테인리스 칼보다 2~3배의 절삭력을 얻었다”며 “스테이크가 아주 잘 잘렸고 몇 번이고 씻어 재사용할 수 있어 주방용으로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공정으로 만든 나무못을 사용해 나무판 세 장을 손쉽게 뚫는 데 성공했다”며 “나무못도 기존 강철못만큼 강하고 예리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스테인리스나 세라믹에 비해 경화된 나무칼은 기존 나이프와 같은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소재라는 점이 연구의 주된 성과라고 자평했다. 나이프는 물론 숟가락이나 젓가락, 도마, 밀대 등 다양한 주방 기구나 공업·산업용 재료를 나무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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