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 바다에 서식하는 멍게의 몸속에서 피부암 완화에 유효한 화합물이 발견됐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남극에 사는 멍게 체내의 세균으로부터 암과 싸우는 화합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화합물은 강한 항암작용으로 알려진 팔머롤라이드A(palmerolide A)다. 연구팀은 극지방 멍게나 산호 등 바닷속 무척추동물이 혹독한 환경에 견디도록 여러 세균과 공생하고,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화합물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추측해 왔다.

연구팀은 남극 파머군도 앙베르섬 해저에서 건져 올린 ‘Synoicum adareanum’이라는 멍게속 생물로부터 세균을 추출했다. 극지방 멍게의 체내 공생균의 미스터리를 10여 년 추적해온 연구팀은 앙베르섬 각지에 분포하는 멍게들의 몸속 세균 21종을 관찰한 결과 팔머롤라이드A를 생성하는 종류를 특정했다. 이 세균은 임시로 ‘Candidatus Synoicihabitans palmerolidicus’라고 명명됐다.

공생균이란 숙주에 기생하며 일련의 관계를 맺는다. 상호 의존적 대사를 통해 자신은 물론 숙주에도 이익을 주는 공생균을 상리공생균이라고 한다.

연구팀이 실험에 활용한 남극 해저 멍게의 일종인 'Synoicum adareanum' <사진=Bill J. Baker·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팔머롤라이드A는 멜라노마, 즉 악성흑색종 등에 효과가 있는 항암제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미지의 세균이 만들어낸 화합물은 향후 제약이나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극지방의 혹독한 환경 탓에 현재 기술로는 남극 해저의 멍게를 대량으로 수확하기는 까다롭다”면서도 “화합물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 정보가 밝혀진 만큼, 향후 연구를 거듭해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차가운 남극 바닷속의 멍게가 팔머롤라이드A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특정하지 못했다. 또한 이 화합물이 남극 생태계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를 생성하는 공생균이 어디에 주로 분포하는지 풀어야 할 숙제가 적잖다는 입장이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인공적인 약물보다 자연이 최고의 치료제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공생균은 다양한 환경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하기 위해 작용하며, 때로는 독이 되는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수수께끼의 능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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