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룬 문자가 발견됐다. 문자는 2000년 전 제작된 칼에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덴마크 국립박물관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발굴 보고서를 통해 2000년 된 칼날에 새겨진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룬 문자를 소개했다. 칼은 오덴세 동쪽의 작은 매장지에 놓인 뼈 항아리 조각 아래에서 나왔다.

칼날의 길이는 약 8㎝다. 양쪽으로 부러진 흔적이 있어 실제 칼날은 더 긴 것으로 보인다. 부분적으로 녹이 슬고 표면이 갈라지고 떨어져 나간 칼날에는 0.5㎝ 크기의 룬 문자가 새겨졌다.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룬 문자가 들어간 칼날 <사진=덴마크 국립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칼날에 새겨진 룬 문자는 작은 검이라는 의미"라며 "이는 유틀란드 반도의 유명한 옐링 스톤의 룬 문자보다 줄잡아 800년은 오래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철제 칼날은 원래 1865년 발굴됐다. 한동안 방치됐다가 최근에야 분석이 이뤄졌다. 녹이 두껍게 슬고 훼손이 심했으나 발견 당시보다 기술이 좋아 복원이 가능했다. 국립박물관 연구팀은 인근에서 함께 발견된 뼈 빗에 새겨진 룬 문자 역시 연대가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칼날의 반대편에는 얼굴 등 여러 장식이 들어갔다. <사진=덴마크 국립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칼날 속 룬 문자는 마치 아득한 과거로부터 받은 메시지와 같다"며 "고고학자는 물론 인류에 있어 유의미한 성과로, 가장 오래된 스칸디나비아 언어에 대해 뭔가 알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룬 문자는 라틴 문자가 채택되기 전 스칸디나비아인을 포함한 게르만 민족이 사용했다. 표음문자의 하나인 음소문자로 정확한 성립 시기는 알 수 없으며,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중세 후기까지 통용됐다. 일부 지역은 근대 초기까지 룬 문자가 전해졌다.

2000년 된 칼날의 표면에서 룬 문자가 확인됐다. <사진=덴마크 국립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학계는 오래된 룬 문자가 도자기나 건축물이 아닌 칼에 새겨진 점에서 도구의 기능이나 중요성, 실용적인 목적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칼날의 반대쪽에 얼굴 등이 장식됐고 칼이 무덤에서 나온 점에서 당시 문화와 언어에 관한 귀중한 힌트를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사 관계자는 "룬 문자는 지적 수준이 뛰어난 엘리트 집단이 구사했다. 당시 글을 읽고 쓰는 것 자체가 귀족에 한정됐기 때문"이라며 "칼날이 주조된 시기가 덴마크 역사에서 로마인과 연관이 깊다는 점은 아주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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