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을 사용해 손상된 개구리 다리를 재생시키는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인체에 적용하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재생의학 분야의 새 활로가 열릴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연구팀은 아프리카 발톱개구리(Xenopus laevis, 제노푸스)의 체내 재생 프로세스를 활용한 최근 실험에서 절단된 다리가 완벽에 가깝게 재생되는 과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생의학은 생물의 기본적인 재생능력에 기반한다. 자연계에는 도마뱀이나 도롱뇽, 불가사리 등 신체 일부가 손상돼도 완전히 재생하는 종이 존재한다. 플라나리아는 잘게 잘려도 단편 하나가 몸 전체를 재생하고 증식한다. 사람 역시 상처가 낫고 간 같은 장기는 절반이 손상돼도 회복되지만 복잡한 팔다리는 복구가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개구리 다리를 임의로 잘라내고 약물 5종을 혼합해 넣은 실리콘캡(바이오돔)을 절단면에 씌웠다. 이 상태로 24시간 밀봉한 뒤 캡을 벗기고 장시간 관찰한 결과, 개구리 다리는 다시 자라났고 기능도 문제가 없었다.
실험 관계자는 "생물은 사지가 절단되면 출혈이나 감염을 막기 위해 상처가 반흔조직(죽은 세포와 그 주변부 비삼투성 보호물질로 형성된 세포 조직) 덩어리로 덮인다"며 "반흔조직은 치료를 촉진하는 대신 손상 부위의 재생을 결과적으로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구리는 올챙이 무렵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갖지만 성체가 돼버리면 이 기능이 떨어진다"며 "원래대로라면 개구리가 잃은 다리는 되돌아오지 않지만 올챙이적 재생 프로세스는 체내에 보존돼 있다"고 덧붙였다.
개구리의 재생 프로세스를 되살리기 위해 연구팀은 바이오돔에 다섯 가지 약물을 섞은 견단백질(비단실단백질, silk protein)겔을 투입했다. 겔에는 ▲염증 억제 ▲반흔조직을 만드는 콜라겐 생성 억제 ▲신경조직 성장 촉진 ▲혈관 성장 촉진 ▲근육 성장 촉진제가 들어갔다.
견단백질 겔은 연구팀 의도대로 반흔조직이 손발 재생을 방해하기 전에 상처 부위를 감쌌다. 24시간을 봉합하자 상처 치유 프로세스가 억제된 대신 재생 프로세스가 활발해졌다.
실험 관계자는 "이후 18개월에 걸친 재생 프로세스를 통해 개구리 다리는 거의 복구됐다"며 "비교를 위해 약물 처치하지 않은 개구리와 견단백질 겔만 씌운 개구리는 다리가 아닌 불완전한 조직이 뾰족하게 자라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잘 재생된 다리는 뼈나 신경 세포 등 내부 조직도 확인됐고 발가락도 생겨났다"며 "덕분에 개구리는 제대로 움직이고 외부 자극에도 반응했다. 보통 개구리와 마찬가지로 헤엄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개구리 다리가 재생된 이유는 밀봉해 주입한 약물이 재생에 관련된 분자경로, 특히 발달 단계의 배아가 신체를 형성하기 위해 이용하는 경로를 활성화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번 연구는 원래 몸에 갖춰져 있다가 나중에는 사용되지 않는 재생 메커니즘을 재가동하는 과정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 당장 인간이나 원숭이 등 복잡한 조직을 가진 동물에 적용하긴 어려워도 재생의학 발전에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