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콘텐츠 ‘코다’가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며 OTT 업계의 위상이 올라갔다. 홀대받던 칸과 베를린, 베니스를 정복한 OTT는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오스카까지 접수하며 오락성은 물론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영화 ‘코다’는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시어터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큰 상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각색상과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하면서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션 헤이더(45) 감독은 "내로라하는 작품들이 경쟁한 작품상 부문에서 우리는 플랫폼의 핸디캡을 딛고 일어섰다"며 "오스카 역사상 처음으로 트로피를 따낸 OTT 콘텐츠가 된 점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고 기뻐하는 션 헤이더(오른쪽) 감독 <사진=영화 '코다' 프로모션 스틸>

OTT 전용 콘텐츠 ‘코다’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작품성만 있다면 OTT 콘텐츠에도 문을 열겠다는 아카데미의 생각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는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드 도그’의 감독상 수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OTT 콘텐츠에 대한 대중과 영화제, 시상식의 인식 변화는 업계에도 좋은 자극이다. 넷플릭스, 애플TV,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HBO 등 OTT 제작자들은 다양성 있고 작품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경쟁 중이다. 회원을 늘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찍어대던 시절은 지나갔다.

‘코다’의 성공은 작은 영화라도 영향력 있고 울림을 준다면 얼마든 성공할 수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애플TV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코다’를 눈여겨봤고,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250억원 넘게 주고 배급권을 따냈다. 좋은 작품만 얻을 수 있다면 OTT 제작자들은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할 게 빤하다.

장애를 넘어 노래하는 기쁨을 이야기하는 '코다'는 OTT 작품 첫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이다. <사진=영화 '코다' 스틸>

OTT 영화를 둘러싼 이런 변화는 작은 영화를 만드는 연출자는 물론 배우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시각장애 연기자 겸 연출자 트로이 코처(53)는 “‘코다’는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말 한 마디로 OTT 콘텐츠의 장점을 널리 알렸다.

변수는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엄청난 확산세가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꺾이면서 4월 각국이 팬데믹의 종언을 선언할 가능성이 커졌다. 위축됐던 극장들이 문을 열게 되면 많은 영화들을 OTT 플랫폼으로 즐기던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으로 몰릴 수 있다. 결국 OTT 사업자들은 좋은 콘텐츠, 경쟁력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극장과도 경쟁해야 한다. '코다'의 성공으로 OTT 콘텐츠의 인식이 변화했고 시장의 판 역시 커지게 됐지만 그만큼 경쟁은 한층 격해진 셈이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