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물들의 카모플라주(위장) 능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생태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영국 플리머스대학교 해양연구소는 최근 국제 응용생태학 저널(Applied Ecology)에 낸 논문에서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생물들의 위장술이 조명 탓에 계속 저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런 현상이 연안 생물들에게서 두드러진다고 파악했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LED 조명 등이 보급되면서 야간 인공조명이 보편화됐고 보다 넓은 지역이 밤에도 밝게 유지되면서 위장술로 살아가는 생물의 개체 수가 비정상적으로 줄었다는 이야기다.

지구상의 일부 생물들은 천적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위장술을 사용한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야간 조명이 연안 생물의 카모플라주 기능에 미치는 악영향을 검증한 첫 사례”라며 “최신 조명은 연안 생물의 위장 효과를 떨어뜨리고 한밤중에도 천적들 눈에 잘 띄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연안부에서 흔히 보이는 총알고둥(Littorinidae)들은 요즘 개발된 광대역 조명에서는 포식자 레이더에 쉽게 포착된다”며 “총알고둥이 비정상적으로 줄면 연안 생태계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고둥이나 달팽이, 조개류를 조명으로 비춰 야간에 얼마나 눈에 띄는지 검증했다. 조명은 좁은 지역에 적합한 저압나트륨 램프와 최신식 광대역 고압나트륨 램프, 메탈할라이드 램프, 그리고 해와 달 등 자연광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저압나트륨 램프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으나 LED 메탈할라이드의 경우 조개나 달팽이는 주변 암석이나 해초 색(갈색 또는 올리브색)과 어울리지 못하고 눈에 잘 띄었다.

저압나트륨 조명(왼쪽)과 광역 메탈할라이드 LED 조명(오른쪽) 아래에 놓인 달팽이. 오른쪽의 경우 위장 기능이 떨어져 보다 잘 보인다. <사진=플리머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1970~1980년대 세상을 비추던 주황색 조명이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광대역 LED로 바뀌면서 보다 올바르게 색을 인식할 수 있게 됐지만 자연계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자연은 인간이 만든 인공적 변화에 빨리 적응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인류는 기술 보급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수 있도록 문명의 이기들의 정확한 사용법을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우선 남극과 북극 사이 지표의 조명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지역의 23%는 밤에도 조명을 통해 환하게 빛난다. 이 비율은 2012~2016년에 걸쳐 2.2% 증가한 결과다. 또한 연안 생물 보호를 위해 일부 지역의 빛을 인공적으로 차폐하거나 사람의 통행이 드문 곳은 재래식 조명을 사용할 것도 제안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