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를 인공적으로 배양해 만드는 인공육(대체육)이 식량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주목받는 가운데 밀림의 왕 호랑이 맛 고기가 등장했다.
영국 프라이미벌 푸드(Primeval Foods)는 2일 공식 채널을 통해 세포배양을 이용한 야생동물 고기 맛을 낸 인공육을 공개했다.
이 회사가 만든 인공육은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등 기존 세포배양육과는 개념이 다르다. 세포배양이 원칙상 어떤 동물의 고기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자와 호랑이, 기린, 얼룩말 등 대자연의 야생동물 고기를 뽑아냈다.
학자들은 세계 인구가 2050년 90억에 달하면 식량난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여기에 동물 한 마리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막대한 환경오염 물질을 감안, 학계는 식물에서 유래한 일명 베지미트(vegemeat)나 세포배양을 활용한 인공육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고기들은 오는 2040년 세계 인구의 육류 소비량 중 6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라이미벌 푸드 관계자는 “바이오리액터, 즉 체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체외에서 이용하는 시스템을 활용하면 동물의 생명을 빼앗지 않고도 고기를 얻을 수 있다”며 “더구나 가축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양육 기술이 축적되면서 어떤 동물의 배양육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가장 맛있고 영양가 높은 동물, 즉 시베리아호랑이나 사자, 얼룩말, 기린 등 야생동물의 배양육에 눈을 돌렸다”고 덧붙였다.
1조 달러(약 124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배양육 시장에 도전장을 내건 이 회사의 야생동물 고기는 단번에 관심을 끌었다. 세포 배양육은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윤리 문제를 제기하거나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동물을 도축할 필요가 없고 친환경적이며 비용 면에서도 이득이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프라이미벌 푸드 관계자는 “실제 기린이나 호랑이를 잡아 요리하는 것은 안 되지만 이들의 세포만 이용한 고기 생산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지금까지의 축산 역사를 감안할 때 야생동물의 고기를 먹음으로써 우리는 뇌나 장내 세균총의 진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야생동물 배양육이 건강하지 못한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산 등을 줄이고 그동안 얻지 못했던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섭취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숙면이나 정서 안정을 위해 배양된 재규어 고기가 권장되거나 치매 예방에 코끼리 고기가 권장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프라이미벌 푸드는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감안, 이 이국적인 고기를 사용한 햄버거용 패티를 상품화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