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을 일으키면 장내 세균총이 큰 변화가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견에 그간 뇌와 장내 세균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해온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휴스턴감리교병원 연구팀은 1일 국제 학술지 ‘뇌·행동·면역(Brain, Behavior & Immunity-Health)’에 개제한 논문에서 뇌가 당한 위급한 상황을 장내 세균이 인지하고 전파한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머리에 충격을 받아 생기는 의식소실 및 의식장애의 하나인 뇌진탕이 장내 세균에 주는 영향을 살펴보던 중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실험 관계자는 “기억장애나 경련 등 신경의 기능적 변화를 야기하는 뇌진탕은 뇌에 뚜렷한 손상이 관찰되지 않아 진단이 어렵다”며 “뇌진탕은 비록 알아내기 어렵지만 장내 세균의 변화를 응용한 진단법을 향후 개발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장기인 뇌. 특히 뇌진탕은 증세를 자각하거나 진단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사진=pixabay>

일반적으로 머리나 뇌에 가해지는 손상은 엑스레이나 CT로 잡아낸다. 두개골 골절이나 뇌의 부기 등이 관찰되면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을 고려한다. 다만 신경세포 수준에서 시작해 뇌 구조에 뚜렷한 손상을 보이지 않는 뇌진탕은 정확한 진단이 까다롭다. 

연구팀 관계자는 “뇌진탕은 의사가 어지럼증이나 시야 흐림, 메스꺼움 등이 없는지 문진하는 게 최선”이라며 “본인이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참는 경우도 많아 빠른 진단이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학계는 뇌진탕에 따른 생물학적 변화, 즉 바이오마커를 잡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뇌진탕의 정의가 가벼운 뇌 손상이라고는 하나, 우리 몸에서 가장 복잡한 장기가 뇌인 만큼 빠르고 객관적인 진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뇌진탕을 알아보기 위해 혈액에 포함된 단백질 변화를 체크했다. 이 방법은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했지만 정확도는 높지 않다. 침이나 소변을 토대로 한 뇌진탕 테스트도 개발됐지만 아직 신뢰도가 떨어진다. 

미식축구 등 격렬한 스포츠에서는 종종 선수들이 뇌진탕을 입는다. <사진=pixabay>

뇌 손상에 따른 장내 세균총의 변화가 얼마나 뚜렷한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대학 미식축구 선수 33명을 한 시즌 내내 관찰했다. 혈액검사와 검변, 침 검사와 함께 장내 세균총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뇌진탕을 일으키면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에게는 풍부해야 할 세균 2종이 분명히 감소했다. 게다가 이 세균과 뇌의 외상으로 변화하는 혈액의 단백질이 서로 관계하는 사실도 밝혀졌다.

연구팀 관계자는 “추측하자면 뇌진탕에서 염증이 생긴 결과 해당 단백질이 체내에 퍼져 장내 세균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장내 세균총 변화는 뇌진탕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로 유망하다”고 전했다.

이어 “장내 세균총은 뇌진탕 진단은 물론 부상 회복 상태를 확인하는 데도 응용 가능하다”며 “환자가 괜찮다고 해도 장내 세균총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더 치료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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