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오지의 잃어버린 고대 도시가 발견됐다. 상공에서 이뤄진 레이저 스캔 기술 덕에 열대우림에 가렸던 거대한 피라미드와 잘 정돈된 도로, 운하가 발굴됐다.

독일과 영국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낸 논문에서 남미 중앙 볼리비아에 펼쳐진 아마존 열대우림에 숨었던 광범위한 고대 도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상공에서 실시한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조사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라이다는 대상이 되는 물체에 쏜 뒤 반사된 레이저를 통해 물체까지 거리나 형상을 가늠하는 장치다. 최근 자동차 자율주행이 이슈가 되면서 라이다는 일반에도 자주 소개되고 있다.

이번 발견은 스페인의 침략 이전 이 지역에 높은 수준의 문명이 존재했고, 그로 인해 복잡한 사회가 형성됐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 광대한 네트워크가 구축됐으리라는 추측은 고고학계에서 이미 오래됐으나 증거가 발견된 적은 없었다.

라이다 스캔을 통해 드러난 볼리비아 카사라베 문명 고대 도시 <사진=네이처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500~1400년경 번성한 것으로 보이는 고대 카사라베 문명(Casarabe culture)을 추적한 우리는 볼리비아 북부 베니 지역의 야노스 대초원(Llanos de Mojos) 속 밀림 6개소를 조사했다”며 “비행기를 이용한 라이다 조사는 밀림 아래 광활한 고대 네트워크의 정체를 들춰냈다”고 설명했다.

이번 흔적은 남미 열대 저지대에서는 처음 확인된 카사라베 문명의 저밀도형 도시다. 계단식 받침대와 U자형 분묘 등 정교한 예식용 건축물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고고학자 크리스토퍼 피셔 교수는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아마존 지역 초기 사회에 대한 재평가 및 연구를 촉구한 대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카사라베 인들이 구축한 도시들은 높이가 20m나 되는 피라미드가 존재할 정도로 큰 규모다. 마야 등 다른 문명의 고대 도시와 맞먹을 정도여서 카사라베 인들이 고도의 문명과 농경 기술을 가졌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그동안 야노스 대초원 열대 지역은 대규모 인구나 세련된 도시문명을 지탱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다”며 “카사라베 사람들은 숙련된 농경민족으로 보인다. 계절에 따라 범람하는 아마존에 대처해 초원을 경작했고 사냥이나 어업도 병행했다”고 말했다.

코토카와 랜디바르를 포함해 총 24개 카사라베 문명 도시가 발견된 모호스 평원 일대 <사진=네이처 공식 홈페이지>

이어 “이번 조사에서 코토카(Cotoca)와 랜디바르(Landivar) 등 두 대형 취락이 지역 네트워크의 중추임이 밝혀졌다”며 “그보다 작은 것도 포함해 마을은 합계 24개나 됐으며, 각각 사방으로 수㎞ 정도 뻗은 둑길로 정교하게 연결됐다”고 덧붙였다.

고고학계에서 코토카와 랜디바르의 존재가 전부터 알려졌지만 그 거대함이나 건축물의 정교함은 이번 조사에서 처음 밝혀졌다. 연구팀은 고대 카사라베 인들이 코토카를 완성하기 위해 57만㎥나 되는 흙을 썼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볼리비아 고지에서 발견된 17.98m의 아카파나 피라미드에 동원된 흙보다 10배나 많다.

크리스토퍼 피셔 교수는 “카사라베 인들은 중앙 취락을 지키기 위해 해자와 성벽을 쌓고, 발달된 수리 시스템으로 식량을 생산했다”며 “많은 인구를 지탱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기술 덕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로 연결된 취락의 배치나 규모로 미뤄 카사라베 인들은 도시 중심부에 기념비적 건조물을 건설하고 여기에 연결된 복잡한 취락 계층을 구성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고학에서는 도시화된 취락의 계층적 배치를 그 사회의 복잡성과 연관짓는다. 이번 발견은 아마존에도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명과 사회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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