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유독 브로콜리를 싫어하는 이유는 식감이나 맛보다는 특정 화합물이 분해될 때 발생하는 악취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팀은 22일 공개한 논문에서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꽃양배추)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구내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나는 악취에 대체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생김새는 물론 요리법까지 비슷한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는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물질이 아주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하지만 특유의 식감과 맛 때문에 꺼리는 사람도 적잖다. 특히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 채소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 등 십자화과(Brassicaceae, 배추과) 채소를 아이들이 안 먹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브로콜리(왼쪽)와 콜리플라워 <사진=pixabay>

우선 6~8세 어린이 98명과 이들의 부모 98쌍을 동원해 타액을 채취하고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 분말을 묻혀 어떤 냄새 분자가 생성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에 든 특정 화합물을 타액 속 세균이 분해할 때 악취가 발생하고, 이런 아이들은 두 채소를 모두 싫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에는 S-메틸-L-시스테인 설폭사이드(S-Methyl-L-cysteine sulfoxide, SMCSO)라는 화합물이 들어있다. 이게 입에 들어가면 시스테인 효소(Cysteine lyase)와 만나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다이메틸트라이설파이드(DMTS)라는 화합물이 생성되는데, 마치 고기가 썩을 때 나는 악취 분자까지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구내에 시스테인 분해효소를 많이 가진 아이는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를 먹을 때 고기 썩는 냄새를 강하게 느낀다. 이런 경향은 브로콜리보다 콜리플라워 쪽에서 두드러졌다. 

아이들은 냄새 때문에 특정 채소를 싫어할 수도 있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입안의 다양한 세균은 음식 분해를 위해 특정 효소를 분비하는데 시스테인 분해효소가 작용할 때 부패한 냄새를 풍기는 분자까지 방출해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에 대한 혐오감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아이들의 부모 역시 타액에 시스테인 분해효소를 분비하는 세균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실험 관계자는 “부패한 냄새 때문에 어린 시절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를 싫어하는 현상은 유전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시스테인 분해효소 탓에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에서 고기 썩는 냄새를 느끼더라도 어른이 돼서는 이를 극복하는 사례가 적잖은 점도 발견했다. 

실험 관계자는 “인간의 입맛은 변화하기 마련이어서 싫어하는 음식을 반복해서 먹다 보면 점점 맛있게 느끼기도 한다”며 “실험에 참가한 부모 중 문제의 효소가 많이 분비되더라도 브로콜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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