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철은 야생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시기다. 먹이가 줄어드는 추운 겨울 곰이나 다람쥐 같은 항온동물부터 뱀이나 개구리 같은 변온동물들은 겨울잠을 청한다.

눈여겨볼 것은 파충류인 악어의 겨울잠이다. 고슴도치 같은 동물의 겨울잠을 동면(hibernation)이라고 칭하는 것과 달리 악어의 그것은 휴면(brumation)이라고 부른다. 

동면은 동물이 신진대사를 낮춰 극한의 가사상태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며 따뜻한 봄이 오기까지 잠을 잔다. 새의 일부도 동면을 취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휴면은 동면과 조금 다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오션 아일 비치 스왐프 파크는 2019년 얼어붙은 늪지에 코끝만 내민 악어 사진을 공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악어들은 얼어 죽은 듯 꼼짝도 하지 않지만 사실은 휴면을 취하는 중이다.

미국 야생국립공원 스왐프 파크가 19일 SNS에 게재한 악어 사진. 겨울철 휴면 중이다. <사진=스왐프 파크 공식 페이스북>

스왐프 파크는 19일에도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야생 악어가 얼어붙은 늪지에 코만 내밀고 쉬는 일상을 전했다. 

이 국립공원의 악어들은 코끝의 외비공, 즉 바깥콧구멍(겉콧구멍)을 물 밖에 내고 숨을 쉰다. 야생 악어들은 이 방법으로 먹이가 줄어들고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을 꿋꿋하게 견딘다.

스왐프 파크의 동물학자들에 따르면 악어는 수온이 영하에 가까워지면 휴면할 시기임을 알아서 감지한다. 한파에 늪지 표면이 얼어버린 뒤에는 코를 내밀 수 없을 텐데 늪이 어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맞춘다.

휴면은 동물이 스스로 가사상태에 이르는 동면과는 어떻게 다를까. 둘은 비슷한 현상이지만 똑같지는 않다. 일단 휴면은 동면처럼 깊고 지속적인 잠이 아니다. 곰의 일부도 동면이 아닌 휴면을 취한다. 통상 악어는 늪지 바닥에서 휴면하는데, 때때로 물을 마시기 위해 깨어난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 중 하나인 고슴도치 <사진=pixabay>

코로 숨만 쉬면서 차가운 물에 머무는 악어의 건강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추운 겨울 물속 온도가 바깥보다 높다. 동면하는 동물이 구멍을 파고 땅이나 나무로 들어가거나 덜 추운 동굴로 숨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변온동물인 악어는 자신의 체온을 조절할 수 없어 더운 여름에는 물에 들어가 헤엄친다. 반대로 춥다고 느끼면 가장 따뜻한 곳으로 이동한다. 바깥보다는 물속이 따뜻하므로 잠수하는데, 숨은 쉬어야 하기 때문에 외비공만 내민 채 휴면한다.

스왐프 파크에 따르면 휴면으로 겨울을 난 악어들은 동면으로 봄을 맞는 항온동물과 같이 건강에 별다른 이상은 없다. 동면하는 동물보다 위험한 점이라면, 코가 밖에서 보이기 때문에 포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정도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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