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들은 특징적인 혈액 바이오마커를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리사회적 측면에 초점을 둔 기존의 히키코모리 대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일본 큐슈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Dialogues in Clinical Neuroscience’에 낸 논문에서 히키코모리의 혈액 중에서 공통된 바이오마커가 특정됐다고 전했다. 바이오마커란 어떤 질환의 유무, 병상의 변화나 치료 효과의 지표가 되는 체내 물질의 총칭이다.

은둔형 외톨이란 오랜 기간 어디에도 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바깥세상과 6개월 이상 단절할 경우 은둔형 외톨이로 정의된다.

연구팀은 일부 정신질환이 마음의 문제뿐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으로 야기된다는 최근 연구들에 주목했다. 히키코모리도 마찬가지라는 가설을 세운 연구팀은 큐슈대학병원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지난받은 외래환자들의 동의를 얻어 실험을 기획했다.

히키코모리는 외모나 성적 등 다양한 요인으로 시작되는 콤플렉스 등 정신적 요인이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사진=영화 '김씨표류기' 스틸>

환자들로부터 채혈을 진행, 이를 분석한 연구팀은 남성의 경우 오르니틴(ornithine)과 아르지닌분해효소(아르기닌분해효소, arginase) 분포가 높은 반면 빌리루빈(bilirubin)과 아르기닌(arginine)은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남녀 공통적으로 히키코모리는 아실카르니틴 수송체(acyl-carnitine) 농도가 높았다.

연구를 이끈 카토 타카히로(46) 교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오르니틴은 인체의 여러 기능, 특히 혈압 제어와 관계가 깊다”며 “간 기능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빌리루빈은 우울증과 관련성이 최근 지적되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실카르니틴은 뇌에 에너지를 보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대개 우울증 치료를 요하는 사람들은 아실카르니틴 농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같은 실험 결과가 히키코모리의 생물학적 배경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 기계학습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건강한 사람과 외톨이를 구별하거나 그 중증도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은둔형 외톨이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혈액에서 고농도 오르니틴 등 바이오마커가 특정됐다. <사진=pixabay>

카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히키코모리가 심리사회적 요인 외에 생물학적 요인과도 관련돼 있음을 보여주는 첫 보고”라며 “히키코모리의 병태 규명이 진행되고 예방과 치료법 개발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는 “2년이나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히키코모리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며 “국제적인 조사를 실시해 세계 곳곳의 외톨이들의 공통점과 차이를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히키코모리는 1990년대 경제와 사회 등 복합적 원인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늘자 탄생한 말이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은둔형 외톨이가 늘면서 히키코모리는 ‘쓰나미’처럼 세계 공통어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20년 기준 전국에 약 110만 명의 히키코모리가 분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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