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콩팥을 뇌사 상태의 남성에 이식하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한 달 넘게 장기가 거부반응 없이 제 기능을 하면서 이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미국 뉴욕대학교 연구팀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전자 조작을 거친 돼지의 신장을 인간에 이식했을 때 유효성과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한 이번 실험에 의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연구팀은 뇌사 판정을 받은 57세 남성을 상대로 지난 7월 14일 돼지 신장 이식술을 시행했다. 사전에 남성 가족의 동의는 물론 병원 특별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모두 받았다.

인간의 신장을 돼지 콩팥으로 치환하는 실험이 이번으로 세 번째인 연구팀은 남성의 몸에서 신장을 적출하고 유전자 조작을 거친 돼지 신장을 이식했다. 콩팥은 실험 보고서가 제출되기 전날인 지난 15일, 그러니까 총 32일간 남성 몸에서 제대로 기능했다.

뇌사한 50대 남성에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뉴욕대학교 연구팀 <사진=뉴욕대학교 공식 홈페이지·JOE CARROTTA>

뉴욕대 관계자는 "뇌사자에 대한 돼지 신장 이식의 가능성을 확인해 준 실험"이라며 "이식한 돼지 신장이 32일간 작동한 것은 지금까지 가장 긴 기록"이라고 전했다.

이어 "인간과 돼지 등 다른 종 사이에서 장기이식을 하면 통상 초급성 거절반응이 일어난다"며 "돼지 콩팥과 인간의 혈관을 잇고 수 분 내지 수 시간 내에 벌어지는 이런 거부반응은 의학계에서는 아직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돼지의 신장은 이식한 남성은 곧 소변을 정상 배출했다. 신장의 각 기능을 평가하는 크레아티닌 수치도 최적의 범위를 유지했다. 연구팀은 9월 중순까지 남성의 신장 기능을 계속 관찰할 계획이다.

인공 장기와 더불어 동물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사진=pixabay>

신장이나 심장 등 주요 장기는 병이나 사고로 망가질 경우 이식을 받아야 한다. 한국의 코노스(konos)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장기를 관리하지만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아저씨' 등 범죄 영화에 등장하는 장기 밀매, 일명 통나무 장사가 아직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뉴욕대학교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금까지 두 차례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신장을 뇌사자에 의식했다. 이들 두 사례는 최장 54시간 만에 관찰을 마칠 정도로 수술 예후가 좋지는 않았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에 이식된 돼지의 신장은 한 달 넘게 거부반응 없이 기능하면서 동물 장기 이식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날이 머잖아 올지 모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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