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 GRB) 현상을 응용하면 무려 132억 광년 거리를 정확히 측정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감마선 폭발이 심우주 관측에 이용될 여지에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심우주 천체까지 거리를 특정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착안한 것은 짧은 시간에 감마선이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감마선 폭발’이다.
지구에서 어떤 천체까지 거리를 측정할 때는 각기 다른 방법이 동원된다. 태양계 내 행성 또는 소행성이라면 레이더 관측이나 천체역학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비교적 가까운 천체까지 거리는 연주시차(천체 위치가 1년 주기로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를 이용해 구할 수 있다.
은하처럼 먼 천체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경우 표준광원이 사용된다. 표준광원은 천체 밝기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것을 이용, 절대광도로 관측된 겉면 밝기를 바탕으로 지구로부터 거리를 산출하는 데 이용된다. 밝을수록 변광주기가 길다고 여겨지는 세페이드 변광성이나 초신성 폭발의 일종으로 밝기가 거의 일정하다고 생각되는 원에이(Ia)형 초신성이 대표적이다.
보다 멀리 있는 천체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경우, 팽창하는 우주에서 긴 거리를 진행할수록 빛의 파장이 길게 늘어나는 적색편이가 활용된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 여럿 합쳐 보다 먼 우주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활동은 여러 개의 사다리(사다리)를 연결하는 것과 닮았다고 해서 ‘우주 거리 사다리’라고 부른다.
일본 국립천문대 연구팀이 이번에 착안한 감마선 폭발은 태양이 100억 년에 걸쳐 방출하는 것과 같은 에너지가 불과 몇 초 안에 뿜어져 나오는 극한 현상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초신성 폭발로 측정할 수 있는 거리는 110억 광년 정도지만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 현상으로 꼽히는 감마선 폭발을 표준광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132억 광년까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일본 국립천문대 하와이 관측소 스바루 망원경 등이 관측한 500개 넘는 감마선 폭발 현상을 조사했다. 특히 폭발 발생 후 며칠간 지속되는 잔광 관측 데이터, 그중에서도 시간 경과에 따라 변하는 천체의 밝기를 나타내는 광도곡선의 특징들에 주목했다.
그 결과 500개 감마선 폭발 현상 중 179개가 잔광 밝기가 거의 일정한 ‘플라토(plateau)’ 기간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감마선 폭발에 대해 피크 시 밝기와 플라토의 지속시간, 플라토가 종료됐을 때 밝기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팀은 각 감마선 폭발의 진정한 밝기를 구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지난 2016년 보고된 X선 관측을 활용하는 천체 거리 측정법에 이번 성과를 합치면 보다 정확한 거리 측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가시광선과 X선 데이터 모두를 해석한 결과 플라토를 가진 179개 감마선 폭발이 ‘마그네타(magnetar)’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파악했다. ‘마그네타’는 고속으로 자전하는 중성자별의 일종으로 전형적인 중성자별에 비해 최대 1000배나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가까운 미래 높은 정밀도의 우주론적 표준광원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있다”며 “132억 광년 거리의 천체와 지구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인류의 우주개발에 있어 보다 많은 정보들을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