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격에 맞서 결사항전을 부르짖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과거 영화 ‘패딩턴’의 성우를 맡은 이력이 뒤늦게 알려졌다. 제작자와 배우 등 영화계 인사들은 이 사실을 퍼뜨리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우수한 시나리오를 발굴해 영화화하는 미국 각본가 단체 ‘블랙리스트’ 설립자 프랭클린 레오나드는 지난달 28일 트위터를 통해 볼로디미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판 ‘패딩턴’ 목소리 연기자가 맞다고 확인했다.
2019년 당선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 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이었다. 현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는데, 2014년 개봉한 실사 영화 ‘패딩턴’과 2017년 공개된 ‘패딩턴2’에서 모두 주인공인 곰 패딩턴의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현지인들도 몰랐던 이 사실은 이번 러시아 공습을 계기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대통령의 희생정신이 연일 언론에 소개되는 가운데, 그가 패딩턴 목소리 연기자냐는 질문이 SNS에 올라오자 영화계 정보에 밝은 프랭클린 레오나드가 직접 응답했다.
영화 ‘패딩턴’은 영국 아동문학가 마이클 본드의 작품 속 곰을 주인공으로 한 실사 영화 시리즈다. 폭풍우에 가족을 잃은 꼬마 곰 패딩턴이 페루에서 영국까지 흘러들어가고 우연히 런던의 한 집에 둥지를 틀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니콜 키드먼(55)과 샐리 호킨스(46), 휴 그랜트(66), 휴 보네빌(59) 등 연기파가 출연했다. 할리우드 버전의 목소리는 벤 위쇼(42)가 맡았다.
현지 TV 드라마 ‘국민의 종(Servant of the People)’에서 대통령을 연기한 뒤 대선에서도 당선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2006년 댄스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s)’ 우크라이나 판에서 우승한 경력도 갖고 있다.
프랭클린 레오나드의 트윗이 확산되면서 영화계 인사들도 볼로디미르 대통령을 응원했다. 휴 보네빌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덧붙인 트위터 글에서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한다”며 “방금 전까지도 우크라이나 버전의 ‘패딩턴’ 성우가 볼로디미르 대통령이란 걸 몰랐다. 개인적으로 감사하며, 지지한다”고 전했다.
정치 초보 대통령으로 한때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볼로디미르 대통령은 시민군과 군인들을 직접 찾아 독려하고 있다. “내게 지금 필요한 건 피신이 아닌 탄약”이라는 그의 말에 국경을 넘어 피난 갔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돌아와 총을 잡았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유럽연합(EU) 가입을 빌미로 지난해 10월 13만 병력을 국경에 집결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 경고에도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를 공습했다. 침공 닷새째인 지난 2월 28일에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코프의 민간인 거주 지역을 포격하는 등 무차별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