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문제에 봉착했던 미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우주 관측 장비 ‘낸시 그레이스 로만(Nancy Grace Roman)’이 발사 일정을 확정했다. 일론 머스크(52)가 이끄는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가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NASA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달 말 로만우주망원경의 발사를 위한 계약을 스페이스X와 체결됐다고 발표했다. 발사 서비스와 기타 미션 관련 비용을 포함한 계약 총액은 약 2억5500만 달러(약 3332억원)다. 망원경 발사에는 스페이스X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발사체 ‘팰컨 헤비’가 동원된다.

로만망원경은 NASA의 초대 주임 천문학자를 지낸 낸시 그레이스 로만의 이름을 그대로 땄다. 낸시는 NASA 시절 우주를 돌아다니는 망원경의 필요성을 강조한 인물로, 허블우주망원경의 어머니로 통한다. 로만망원경의 주 임무는 우주의 가속 팽창이나 베일에 가려진 암흑에너지, 최근 발견이 잇따르는 태양계 외행성 관련 관측이다.

로만망원경의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 망원경에는 허블과 같은 지름 2.4m 주경과 최신형 관측 장비 2개가 탑재된다. 하나는 광시야 근적외선 카메라 WFI(Wide Field Instrument)다. WFI는 허블우주망원경의 100배에 달하는 광시야각을 가지며, 3억 화소급 촬상소자를 갖췄다.

또 하나는 스텔라 코로나그래프 장비 CGI(Coronagraph Instrument)다. CGI는 항성이 내뿜는 강한 빛을 차단함으로써 그 주변에 존재하는 태양계 외행성이나 가스(또는 먼지)원반을 가시광선이나 근적외선으로 직접 관측한다. 이 장비를 통해서는 항성과 비교해 10억 분의 1 정도의 밝기를 가진 행성까지 관측할 수 있다.

NASA는 스페이스X와 계약과 더불어, 로만망원경이 오는 2026년 10월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 39A 사점에서 발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발사 후 이 망원경은 태양과 지구의 라그랑주점 중 하나인 L2(지구로부터의 거리 약 150만㎞) 주변에서 관측을 실시한다. 예상 운용 기간은 재연장 5년을 더한 총 10년이다.

2018년 세상을 떠난 낸시 그레이스 로만의 1960년대 사진(위)과 허블 및 로만망원경의 광시야각 단순 비교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특히 로만망원경은 최근 다양한 우주 관측 성과를 내는 일본 국립천문대 스바루 망원경과 연계 탐사도 예고했다. 로만망원경에 탑재된 CGI의 광학 소자 등 다양한 장비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이 제작했다. 

로만망원경은 지난 2월만 해도 발사가 제때 이뤄질지 미지수였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같이 예산 규모가 큰 플래그십 미션이 향후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대신 큰 미션의 중개 역할을 할 저예산 프로브 클래스(probe-class) 미션 지원을 중요 과제로 삼을 것을 NASA에 권고했다.

당시 미국 정부 또한 우주망원경 미션 축소를 시사했다. 동시에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같은 막대한 재력을 가진 민간 우주개발 업체들의 투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의 투자가 없었다면 로만망원경 프로젝트는 2030년경까지 밀릴 수도 있었다는 게 일부 천문학자들의 견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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