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관계도 아닌데 자신과 닮은 도플갱어 수준의 존재에 신경 쓰인 적이 있다면 주목할 소식 하나. 기본적으로 얼굴이 닮으면 가족이 아닐지라도 유전자 구조 또한 비슷하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호세카레라스백혈병연구소는 23일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소개된 논문에서 얼굴과 유전적 변이 사이의 유사성이 혈연관계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가족이 아닌데도 가끔 얼굴이 흡사한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어떤 연관성을 가졌는지 실험을 기획했다. 이를 위해 20년 넘게 전 세계 닮은 사람 화보를 제작해온 캐나다 아티스트 프랑수아 브뤼넬에게 샘플 추천을 의뢰했다.

이렇게 총 32쌍의 도플갱어를 모집한 연구소는 세 가지 얼굴 인증 알고리즘을 통해 서로 닮은 정도를 평가했다. 이어 각 사람들로부터 동의를 얻어 입수한 타액에서 DNA를 채취하는 한편, 신체 특징과 생활 습관 등에 관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32쌍의 서로 닮은 사람들은 유전자 구조도 흡사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DNA 메틸화(DNA 속 염기 탄소원자에 메틸기가 부가되는 화학반응)나 장내 세균총 구성은 달랐지만 유전자형은 상당히 비슷했다”고 전했다.

생판 남이라도 얼굴이 닮으면 유전자 구조는 물론 생활 습관까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호세카레라스백혈병연구소>

32쌍 중 절반은 세 가지 얼굴 인증 알고리즘부터 동일인물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중 9쌍은 3730개 유전자에 공통되는 일염기다형을 1만9277개 갖고 있었다. 심지어 체중이나 키 같은 신체 특징이나 흡연이나 학력 같은 생활, 행동과 관련된 특징도 비슷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 같은 결과로 볼 때 공통적 유전자 변이는 외모뿐만 아니라 습관이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얼굴 사진에서 게놈의 단서를 얻을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다만 연구소는 실험 참가자가 적은 데다 대부분 유럽인이고 2차원 흑백 사진을 통한 조사였다는 점에서 한계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 결과는 장차 생물학을 비롯해 다양한 학문에 응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DNA를 통해 범죄자 얼굴 재현을 시도하는 것과 같이 법의학에서는 얼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특정 인물의 게놈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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